지난 6일 서울 신대방동 영어린이집. 대교의 유아대상 통합교육 프로그램인 '소빅스 오르프슐레' 시범 수업이 한창이다. 12명의 아이들 손에는 작은 북이나 클라베스(막대) 등 갖가지 타악기가 하나씩 들려있다. 세살된 제완이도 마라카스를 집어들었다. "자, 오늘은 '마법의 숲'을 한번 만들어 볼까요? 우선 악기가 달려있는 '마법의 나무'가 필요하겠죠?" 백우영 소빅스 오르프슐레 교사(34.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두 팔을 크게 벌리거나 서로 팔짱을 끼면서 나름대로 나무를 만들었다. 제완이의 나무는 등을 구부리고 쪼그리고 앉은 앉은뱅이 나무. 백 교사가 하늘거리는 스카프를 흔들며 산들바람을 만들어내자 제완이는 서서히 일어나더니 마라카스를 흔들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해 냈다. 백 교사의 움직임이 빨라지며 센 바람을 표현하자 제완이는 춤까지 추면서 마라카스를 신나게 흔들어댔다. 제완이 엄마인 김지은씨(30.회사원)는 "평소엔 재미가 없다며 어린이집에 가는 것조차 싫어하던 아이가 이 수업은 너무 좋아한다"며 음악을 활용한 통합교육 프로그램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대교 교원 웅진닷컴 JEI재능교육 등 지금까지 초등학생 시장에 주력해 왔던 학습지 업체들이 올들어 유아교육시장 공략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 유아대상 방문학습은 '신기한 한글나라' 등 '신기한' 시리즈로 유아회원 45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한솔교육이 독주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학습지 회원 2백40만명으로 업계 1위라는 대교도 유아회원 수는 7만여명에 불과한 것에서 드러나듯 이들 메이저 학습지 업체에 유아는 지금까지 주요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초등학생 학습지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이른바 '빅 4'가 상대적으로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유아시장쪽으로 최근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구색을 맞추기 위해 구비해 놓았던 유아 학습지 제품군을 대폭 보강하는 한편 영유아 대상 교구재 사업에 새로 진출하거나 통합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유아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90년부터 '눈높이' 브랜드를 고집해온 대교는 올해초 유아 브랜드 '소빅스'를 내세우며 회원 몰이에 나섰다. 지난달 유아대상 방문학습 프로그램인 '소빅스 베베'를 출시한데 이어 다음달엔 음악을 활용한 통합교육 프로그램인 '소빅스 오르프슐레'를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의 음악교육가 칼 오르프가 개발한 유아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오르프 프로그램'을 한국적 현실에 맞게 재구성한 '소빅스 오르프 슐레'는 북 마라카스 실로폰 등 40종의 타악기를 활용해 악기 연주와 다양한 신체 표현 활동을 결합시켜 음악성은 물론 인지.사고력, 창의력까지 고르게 계발시켜 주는 통합 교육프로그램이다. 소빅스 오르프슐레 강사진은 대교와 제휴를 맺은 독일 함부르크 콘저바토리움에 5주간 파견돼 오르프 프로그램 교육과정을 밟고 온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다. 1 대 1 가정 방문 학습이 아니고 문화센터나 유치원 등에 교사가 나가 15명 안팎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것도 특이한 점. 이달초 현장 시범수업을 끝낸 대교는 다음달부터 전국 20곳의 문화센터와 유치원에 교사를 파견, 소빅스 오르프슐레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교원은 기존 유아상품 통합 브랜드인 '교원아이' 시리즈의 인지도를 높이고 신제품을 대거 출시, 신규 회원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이다. 우선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MI) 이론에 입각, 언어.논리수학.시각예술.신체운동.음악.사회정서.자연관찰 등 7개 영역을 고루 다루는 주간 종합 학습지 '교원아이 프리스쿨 스마트(만 3~6세)'를 다음달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현재 만 3~4세로 제한돼 있는 '교원아이 한글'과 만 4~6세까지로 국한돼 있는 '교원아이 탐구'의 커리큘럼 내용을 보강, 대상 연령층을 만 2세~7세까지로 넓혀 유아 제품군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1천명인 유아전문 지도교사(교원선생님)도 연말까지 1천7백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작년 6월 '웅진 가베놀이마을'을 출시하며 영유아 교구재 사업에 진출한 웅진닷컴은 작년말 '웅진 수학놀이마을(만 18개월~3세), 이달 '웅진 아기놀이 마을(만 6개월~2세)' 등 전집과 교구를 합친 복합 교재를 잇따라 선보이며 유아사업 분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웅진닷컴 관계자는 "올해는 유아용 학습지는 물론 전집과 교구재를 적극 출시해 유아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며 "제품 비중도 백과사전이나 수리.과학탐구 전집 등 초등생 위주로 구성된 전집류에서 유아분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품의 대상 연령층도 종전 만 2세 전후에서 만 6개월된 영아 단계까지로 대폭 낮춰 회원층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JEI재능교육도 '스스로 한글' '생각하는 리틀피자' 등 기존 유아 제품을 개선하고 '유아 전문교사제' 도입을 검토하는 등 올해 유아 사업부문을 강화키로 해 앞으로 유아교육 시장을 둘러싸고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솔교육 관계자는 "한솔은 'ㄱ' 'ㄴ' 등 자.모음이 아닌 '사과' '나비' 같은 단어로 교육하는 '통문자 학습법'과 '놀이식 학습법' 등 20년간 축적해온 교수법 노하우를 바탕으로 핵심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아교육시장 No.1'의 명성을 지켜 나가기 위해 올해 유아용 전집을 대거 출시하고 잡지와 학습지를 결합한 퓨전형 교재인 '북스북스'를 연령별로 재구성하는 등 제품군을 보강,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