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외교적 마찰이 양측의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의회는 프랑스에 대한 무역제재와 함께 독일 주둔 미군의 철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재계는 미국의 이같은 대응이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친미 광고캠페인을 추진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 의회 대유럽 무역제재 논의=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데니스 해스터트 공화당 하원의장의 말을 인용,"미 의회가 프랑스의 대표적 상품인 생수와 와인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스터트 의장은 "의회가 프랑스산 생수에 더욱 엄격한 건강관련 규정을 제정,에비앙 등의 수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1990년대 후반 광우병 파동 이전 주조된 일부 프랑스산 와인의 경우 색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분말로 된 소 혈액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 혈액을 사용한 프랑스산 와인에 경고 표시로 밝은 오렌지색 라벨을 부착토록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WP는 또 독일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 7만1천4백55명 중 일부에 대한 최근의 철수 논의도 이라크 공격에 대한 독일 정부의 반대와 관련있다고 진단했다. 던컨 헌터 하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미군이 독일의 자유를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독일인들은 이를 모른다"면서 "우리 군대도 우리를 지지하는 강력한 우방의 영토에 주둔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재계 '전전긍긍'=독일무역협회(BDI)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전을 둘러싼 미국과 독일간 마찰이 계속될 경우 독일 제품의 대미 판매가 장기적으로 10% 가량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성장이 0.3%포인트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주미 프랑스 상공회의소측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미국 항공사들이 프랑스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입을 주저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BDI는 오는 19∼20일 쾰른에서 재계 원탁회의를 열고 이라크전과 관련한 향후 대미 경제관계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 경영자들도 신문 광고 등을 통해 미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시작키로 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