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업시장 전반에 걸쳐 개방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높은 관세를 부과해서 수입하고 있는 중국산 참깨 마늘 등의 관세율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쌀의 경우 한국은 미국 등의 개방요구를 감안, 현행 쿼터제(연간 수입물량제한) 수입방식을 관세화수입(관세율만 정하고 수입량은 무제한 허용) 방식으로 바꾸되 고율의 관세부과를 통해 국내시장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었으나 쌀에 대한 고율관세부과도 힘들 전망이다. 이 경우 쌀농가 등 국내 농업시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12일 하빈슨 세계무역기구(WTO) 농업위원회 특별회의 의장은 앞으로 뉴라운드 농업부문 협상(도하개발아젠다:DDA)에서 현재 높은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농산물에 대해선 관세율을 대폭 감축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부원칙안을 각 회원국에 배포했다. 이번 안에 따르면 선진국은 관세율이 90%를 넘는 농산물에 대해 2006년부터 5년동안 평균 60%이상 감축해야 하며 개도국은 1백20%가 넘는 품목에 대해 10년간 40%이상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현재 2백% 이상의 고율 관세로 수입하는 참깨(6백65%), 보리(3백42%), 마늘(3백80%), 옥수수(3백46%) 등 1백여개 품목의 관세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 이 경우 지금도 중국산 등과의 가격경쟁에서 고전중인 이들 품목의 국내 생산자(농가)들의 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쌀 등 핵심주곡에 대해 한국은 식량안보 등의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관세부과를 요구했지만 하빈슨 의장은 이같은 혜택을 개도국에만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협상에서 한국이 현재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선진국으로 분류될 경우 쌀수입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국내 쌀농가 타격을 최소화하려던 한국의 전략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농림부 안종운 차관은 이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가 무역 규모 13위에 OECD 가입국인 점을 고려할때 개도국 지위 인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밝혀 쌀시장의 대폭 개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는 오는 1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WTO DDA 비공식 각료회담에서 EU 일본 등 비교역 관심국가(NTC) 그룹들과 별도로 고위급 수준에서 이번 하빈슨 의장 초안에 대한 대책 회의를 벌일 예정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