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相民 칼럼] 포스코 회장은 屋上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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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철 부총리가 "공기업 민영화는 경영효율성을 높이는게 목적인 만큼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이 대표이사 사장외에 회장제를 두는 것은 옥상옥"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유상부 포스코 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않은 시점이라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전 부총리가 왜 지금에 와서야 그런 주장을 하고 나섰는지도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박태준씨때부터 있었던 포스코 회장제가 새삼스럽게 옥상옥 시비를 부르고 있는 까닭이 뭘까.
공기업때는 회장이 옥상옥이 아니지만 민영화됐기 때문에 옥상옥이라는 논리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층층시하였던 공기업때라면 전 부총리 주장은 아마도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 부총리 발언은 '민영화된 공기업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새정부 관계자들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력 등 국가기간산업 민영화에 소극적인 인수위 관계자들의 시각과도 이어지는 점이 있다.
정부의 영역을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이 정부내에서 굳어지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고 한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일까.
민영화된 공기업,예컨대 포스코도 법률형태상 민간기업임에 분명하다.
회장을 두건 말건,사장을 몇명 두건,그것은 주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정부가 어떤 법에 근거를 둔 무슨 권한으로 회장을 없애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민영화된 뒤에도 정부가 직제와 인사에 간여하게 되면 민영화는 하나마나다.
민영화된 공기업중 상당수가 아직도 공기업 시절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그러니까 정부가 간여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갖고 있던 주식을 다 팔고 경영권은 놓지 않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자의(恣意)적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포스코 등 민영화된 공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따지고보면 정부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주식 취득상한선을 정하는 등 원천적으로 지배주주가 나올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의 정부주 매각에 따른 주주구조 아래서는 기존 최고경영자(CEO)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할게 당연하다.
경영참여가 아니라 주식투자가 목적인 주주들은 주가가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한 주주권 행사를 집행부에 위임하게 되는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간여하지 않는다면 CEO가 자신에 대한 인사권을 스스로 갖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식도 없는 기존 CEO의 '전횡'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다.
'주식은 1%밖에 갖고 있지 않으면서 전권을 행사한다'며 창업경영자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반응을 감추지 않는 정부관계자들이 민영화된 공기업 CEO들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회장은 옥상옥이다''민영화된 공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는 까닭은 바로 이런 데서도 찾을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주식도 없는 정부가 직제와 인사를 좌우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기존 CEO의 '전횡'보다 정부가 콩도 놓고 팥도 놓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까.
지금 이 시점에서 민영화된 공기업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에 상응하는 자율을 보장하는 것 외에 진정한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
기존 CEO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다면 주주들의 신뢰를 확보하게 돼 잭 웰치처럼 장기간 군림하는 황제적인 전문경영인이 한국에서도 나올 것이고,반대의 경우라면 주주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자생적인 새로운 지배구조가 나오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건 옛날의 공기업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 보다는 좋은 일이다.
민영화된 공기업의 비효율은 정부간섭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에 의해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시장의 자정(自淨)기능에 대해 믿음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대형 공기업 및 금융회사 민영화 방식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인이 나올 수 없도록 민영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인지 의문이다.
정부영역이 더이상 확대되지 말아야 할텐데, 최근들어 간헐적으로 나오는 새 정부의 민영화 구상들은 이래저래 걱정스런 대목이 없지만도 않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