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나온 각종 세제개편 방안들에 대한 추진 일정이 구체화되고 있다. 당장 도입할 것과 임기내 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 도입이 어려운 것 등으로 정리되고 있다. 재계에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포함해 근로자 소득공제 폭 확대 중소기업 최저한 세율 인하 방안 등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법 개정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토지세) 강화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근로소득 세액공제(EITC)제도 도입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방안 등은 납세자의 반발이나 기술적인 어려움 등 때문에 장기 추진 과제로 분류됐다. 노부모 봉양 가정에 세 감면 혜택을 더 주자는 대선 공약사항은 현재도 세제 혜택이 많다는 이유로 '없던 얘기'가 됐다. 이같은 방안들은 주로 세 감면을 늘려주자는 것들이어서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걱정이 태산이다. 공적자금으로 끌어다 썼던 돈을 내년부터 갚아나가야 하는 데다 복지.환경 등의 분야에 들어갈 돈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한 쪽에서 세금을 줄여주는 만큼 다른 데서 돈을 더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 ◆ 재정 부담 고려해 시기 결정 EITC제도는 일정 수준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소득액의 일정 비율(미국은 40%) 만큼을 세액 환급 형식으로 지원해 주는 제도다. 빼줄 세금이 거둘 세금보다 많으면 그 차액을 정부가 지급, 빈곤계층의 근로의욕을 북돋우자는게 이 제도 도입의 취지다. 그러나 노점상을 하거나 막노동을 해서 생계를 꾸려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일일이 파악할 시스템이 없는 데다 예산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경수 재경부 세제실장은 "차기 정부의 임기내 도입 여부가 불투명한 장기 과제"라고 말했다. 지방분권화를 위해 국세의 일부(예를 들어 부가세의 10%)를 지방세로 전환하자는 방안도 임기내 장기 과제로 추진될 전망이다.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시점이라는게 걸림돌이다. 재경부는 그러나 연급여 3천만원 이하 근로자의 소득공제폭을 5%포인트 늘려주는 방안은 연 7천3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최저한 세율(아무리 세 감면을 많이 받아도 반드시 내야 할 최저세율)을 12%에서 10%로 인하하는 방안도 연 2천억∼4천억원이면 시행이 가능하다는 분석에 따라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 세 감면 규정 '대대적 정리' 문제는 세수 감소폭만큼을 다른 곳에서 더 거둬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을 위해 최근 '법개정추진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이에 따른 세입이 올 전망치인 8천7백억원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 감면 조항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1백60여개의 세 감면 규정들을 두고 있다. 이중 절반 가량(70여개)이 올해 말로 일몰시한(법 운용기한 만료일)이 돌아온다. 재경부 관계자는 "산업지원과 저소득.근로자 지원을 위해 불가피하게 계속 운용해야 할 규정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정대로 폐기하거나 세제 혜택을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