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소년 경제교육의 '본부'인 점프스타트(Jump$tart)의 사무실은 생각보다 작고 초라했다.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 위치한 이 단체의 직원은 고작 6명이다. 이들의 역할은 미국의 경제교육과 관련된 모든 기관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 각 기관의 교육 노하우는 점프스타트에 집결되고 다시 각 기관에 전파되면서 강한 시너지효과를 낸다. 6명이 미국 경제교육을 '교통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이처럼 청소년 경제교육에 적극적인 이유는 뭡니까?" 다라 두과이 회장을 만나 가장 기초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그는 대답 대신 한 권의 보고서를 내밀었다. '청소년 금융지식에 관한 보고서(1997년).' 미국 12학년(한국 고3에 해당) 1천5백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지식 테스트'의 평균점수는 57.3점에 불과하다는게 이 보고서의 골자. 그는 두꺼운 신문 스크랩도 건내줬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미국 언론의 반응들이었다. 'Shock!(충격) Financial Illiteracy(금융문맹)' 등과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시선을 끌었다. "보고서를 접한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청소년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여론이 불붙었죠. 경제교육의 선봉장 역할은 정부가 맡았습니다."(다라 두과이 회장) # 시장경제 낙오자는 없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빌 클린턴 대통령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청소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경제교육에 불을 지폈다. 단체들에 대한 과감한 지원이 병행됐다. 의회는 지난 2001년 '조기금융교육법안(Youth Financial Education Act)'을 만들었다. 이 법안의 핵심은 향후 5년간 청소년 경제교육에 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것. 교육부장관은 주정부 교육기관이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과감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청소년 경제교육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는 "청소년에게 저축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일은 장래 미국의 경제적 번영을 보장하는 길"이라며 "어떤 어린이도 (시장경제의) 낙오자로 만들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의회와 정부는 대통령의 이같은 교육철학에 화답, 지난해 'NCLB법(No Child Left Behind Act.어떤 어린이도 낙오자로 만들지 않는다는 법)'를 만들었다. 이 법은 청소년 경제교육을 비롯해 교육 혁신이 필요한 27개 분야에 3억3천8백만달러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청소년 경제교육을 아예 법으로 장려하겠다는 의미. 미 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6월 청소년 경제교육을 전담할 정부조직을 만들었다. 재무부 경제교육실(Office of Financial Education.OFE)이 바로 그것이다. # 州정부도 적극적으로 미국은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 역시 경제교육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전체 50개주중 38개주는 경제교육에 관한 지침을 갖고 있다. 효과적인 경제교육을 위한 '백과사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에겐 아예 고교 졸업장을 주지 않는 지역도 있다. 13개주에서 경제학 과목 이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밖에 16개주는 학교에서 경제학 과목을 가르치도록 적극 권고하고 있다. 주정부들은 독자적인 경제교육 프로그램도 갖고 있다. 메사추세츠주의 '저축은 돈을 만든다(Saving Makes Cents Program)', 일리노이주의 '학교 은행(Bank at Shool Program)'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아메리칸 드림을 위한 수단 부시 대통령은 취임 당시 "미국 사회에서의 신분(계층) 이동을 자유롭게 하겠다"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저축과 투자를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 경제교육이 '가난의 세습'을 막을 수 있는 돌파구임을 지적한 셈이다. 부시 대통령의 말처럼 '경제지식의 격차'는 미국 사회에서 계층간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점프스타트의 조사에 따르면 개인파산율이 낮은 주의 학생들은 금융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에서 70.3점을 기록했다. 반면 파산율이 높은 지역 학생들은 53.6점이라는 낙제점을 받았다. 성인들의 금융문맹이 아이들에게 유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다. 미국경제조사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경제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성인의 평균 저축률은 8.5%를 기록한 반면 경제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의 저축률은 7%에 머물렀다. 두과이 회장은 "정보 격차(Digital Divide)는 삶에 불편함을 주지만 경제지식의 격차는 삶에 빈곤을 준다"며 "읽고 쓰는 것을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가르치듯 경제지식에 대한 의무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