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경제자유구역법'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공산이 커졌다. 지난해 입법 과정에서부터 번복을 거듭했던 이 법은 시행에 들어가기도 전에 다시 논란거리로 전락했다. 경제자유구역법은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지역본부를 국내로 집중 유치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중국과 일본을 이웃으로 둔 지리적 이점, 우수한 정보통신망을 근거로 금융.물류.첨단산업 분야의 외국 기업들을 국내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입법 예고 과정에서 경제특구 내 노동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조항들과 교육개방이 문제가 됐다. 결국 파견근로자 고용은 특구위원회 의결을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변질됐고 외국학교 설립도 외국교육기관에 한해서만 허용하기로 타협했다. 국회에서는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성 요구로 '지역개발법'으로 전락했으나 막판 빗발치는 여론의 비난에 밀려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법 명칭은 '경제특구법'이 아니라 '경제자유구역법'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다국적 기업들을 국내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부정적이다. 이에 따라 5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외국인과 동등한 수준의 세제지원을 약속하며 '입주'를 요청했다. 그러나 특정한 지역에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게 현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 적용의 타당성조차 따져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