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중요한 한 해다.


경기침체 한 가운데서 새 정부가 출범한다.


세계적으로도 이라크를 둘러싼 긴장상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중국의 추격 속도는 빠르고 차세대 수종사업을 찾는 업계의 노력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마크 풀러 모니터그룹 회장,버논 엘리스 액센츄어 국제담당회장,더그 맥크래켄 딜로이트컨설팅 CEO 등 세계 컨설팅업계의 리더들이 한국 기업을 위해 보내온 조언들을 세 차례에 나눠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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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경제 환경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은 과거 제조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을 찾아야 한다.


혁신(Innovation)은 기업 성장을 주도하는 동인(Motive)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도 지난 10여년간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혁신적인 회사일수록 더 높은 주가(株價)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업의 혁신정도가 시장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동인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경쟁이 복잡해 질수록 혁신은 다른 어떤 경영활동보다도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한다.


경영혁신이란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사업을 통해 새로운 방법으로 가치를 창출해 내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기업활동이다.


기업의 전략이나 경영 프로세스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혁신의 궁극적 목적은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 있다.


이 기본적인 원칙이 최근까지도 한국에선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규모 키우기 경쟁,경쟁사와의 자존심 싸움,유행에의 편승 등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경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수익성 향상의 원칙은 모든 기업 활동의 기반이 돼야 한다.


혁신을 이루기 위한 과제를 짚어보자.



<>기술과 전략의 연계


한국기업들은 이제 연구개발(R&D) 등 기술에 관련된 문제를 전략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전략과 기술의 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기업에 제공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그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업 활동의 프로세스(process)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일이다.


상품.서비스의 개발은 전략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상품.서비스의 개발을 위한 기술은 기업의 목표 시장과 경쟁 우위 등을 정의하는 기업의 전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관련 기술의 획득방법도 전략적인 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을 선택해야 한다.


또 프로세스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기업들은 IT(정보통신)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한다.


특히 쏟아지는 솔루션 중에서 자사의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마케팅에서의 경영혁신


과거 한국 기업의 경영혁신 노력은 제조 공정에서의 원가절감등과 같은 가치사슬(value chain) 상단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이제는 이런 혁신의 범위를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로 확대해 마케팅 혁신에 공을 쏟을 때다.


가치사슬 전반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인텔이다.


인텔은 컴퓨터 제조업체인 고객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제조 공정 전체에 걸쳐 혁신을 추진했다.


이는 곧 사내 가치사슬 전체로 확대돼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마케팅 혁신을 이루어 냈다.


인텔의 이러한 마케팅 혁신은 차별성이 없는 범용품에 불과했던 컴퓨터칩을 브랜드 상품으로 승화시켰다.


한국 기업에 있어 가장 시급한 혁신 대상은 마케팅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제조부분에서 놀라울 만한 경쟁력을 쌓아온 중국 기업들로부터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마케팅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 제고


글로벌 시대의 시장환경에서는 브랜드가 기업의 전략을 결정하기도 하고 어떠한 사업을 고려할 때 핵심 의사 결정 기준이 되기도 한다.


브랜드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가격 프리미엄을,투자자들에게는 주가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로 매출을 늘리고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감소시키는 역할까지 하게 되면서 이제 기업의 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 단적인 예로 IBM이 꾸준히 추구해 온 브랜드 전략-모든 제품군과 서비스,모든 지역에 걸쳐 통일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1990년대 IBM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달성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


한국 기업의 브랜드가치 제고 잠재력은 삼성의 예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은 지난해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브랜드사와 공동으로 조사한 "세계의 1백대 브랜드"에서 브랜드 가치 83억 달러로서 34위를 차지했다.


여기서寧舟?점은 삼성의 전체 순위뿐만 아니라 그 성장세다.


삼성은 2001년 64억달러에서 무려 30%나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1백대 기업 중 성장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이 이처럼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을 실행한 결과다.


예를 들면 삼성은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과감히 월마트를 자사의 소매 네트워크에서 제외시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월마트같은 대형할인매장은 삼성이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와는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손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영 투명성 제고


혁신은 회계,재무 등의 기업의 관리 부문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미국의 엔론사 월드컴 등의 분식회계로 인해 투명경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이 현재의 구조조정 노력의 결실을 맺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회사의 단기적인 실적이나 외형보다는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가 회사의 성장에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또 회사의 잠재력과 시장 기회에 기반한 성장 전략을 수립해 효과적으로 추구하고,회사의 이런 움직임을 시장에 적극 홍보해야 한다.


최고 경영진은 회사의 구성원이나 투자자,고객에게 일관되고 정직한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이를 몸소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한 시나리오 계획의 활용


혁신이란 것은 위험요소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이런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시나리오 계획이다.


혁신이란 지속적인 활동과 투자를 통해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에,한번 성공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이를 계속 유지해 바람직한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과거 수년간 많은 혁신 기법을 시도하면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은 바로 기업 경영 혁신을 추진할 때 직면하게 되는 위험요소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경제나 불안정한 일본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한국 기업들은 미래에 대해 보다 정교한 시나리오를 구축해 예기치 못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정리=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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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NITOR GROUP ]


모니터그룹은 지난 83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교수들이 중심이 돼 미국 보스턴에서 창립한 전략 컨설팅업체다.


현 회장인 마크 풀러와 세계적 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등이 창립 멤버다.


세계 25개국 30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소수 정예를 지향,컨설턴트수는 1천5백여명으로 적은 편이다.


분야별로 별도 회사를 설립,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GBN) 마켓스페이스 MAST 등 14개 자회사를 갖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90년 진출했다.


지사장은 네델란드 출신인 마틴 켈더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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