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평양군사령부가 한반도 주변의 병력을 증강시켜 달라고 미 국방부에 요청하는 등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1일 "토머스 파고 태평양군사령관이 이라크전쟁 가능성에 대비, 북한에 대한 군사 움직임 억지 차원에서 공군을 중심으로 2천명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이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미국의 첫 군사적 대응"이라며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을 상대로 두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관리들의 말을 인용, "미 정찰위성이 북한 영변에서 핵연료봉 8천개를 이동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트럭들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북 억지(抑止)정책 시동 =태평양사령부의 병력 증강 요청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억지정책(deterrence policy)을 펴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명목상으로는 이라크전쟁 발발시 걸프해역으로 이동할 항모 등의 공백을 메운다는 것이지만 한반도 주변의 군사력을 강화, 미국이 이라크뿐 아니라 한반도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날 "북한에 대해 군사적 해결 방안을 열어 놓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도 "북한이 대략 6기의 핵무기 제조를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군사적 선택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입장을 포기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도 "북한과 기꺼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현지 전문가들은 미군의 군사력 증강요청을 대북 '군사공격'보다는 '억지' 쪽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라크전쟁에 대비, 북한의 군사력 이동을 일단 억지시키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IAEA 북핵문제 유엔 상정 구체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북한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골자로 하는 보고서를 승인해 줄 것을 집행위원회에 요청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 비확산 협정에 따르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위원회에 이미 제출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도 이날 의회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한국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은 북한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핵 관련 시설 재동결, 모든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포기 등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외무장관이 이끄는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오는 11,12일 이틀 동안 북한을 방문, 핵 위기 해결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러나 최진수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후 구속력을 가지는 불가침협정의 체결"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뒤 부시 행정부를 '신뢰할 수 없는 깡패집단'이라고 비난, 북핵 위기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