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가 2일 대북 2억달러 지원에 대한 '정치적 해결'이라는 해법을 제시한 것은 설 연휴의 여론동향을 토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측 내부의 의견조율을 거친 입장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내정자는 자신의 발언의 내용과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듯 미리 적어온 메모를 보며 조목조목 설명하고 답변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특히 노 당선자와의 조율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엔시엔디(NCND.확인도 부정도 않음)"라는 답변으로 일관함으로써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지난 달 17일 노 당선자가 "한나라당이 제기한 몇가지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고려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본다"면서 "취임전까지 수사가 안되면 취임이후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어서 문 내정자가 밝힌 입장 배경과 정치권 및 여론의 반향이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그동안 진상규명후 처리문제에선 정치적 고려가 있더라도 진상 규명 과정에선 정치적 고려가 있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왔는데, 관건은 현대상선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진상'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지느냐라고 할 수 있다. 문 내정자는 이날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 2억달러 송금확인 파문과 관련,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국민적 합의를 통해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적 의혹이 해소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북핵문제라는 민감한 상황에서 국익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해선 안된다"며 이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국익이 걸린 중대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 국회가 초당적 합의를 통해 풀어가게 된다면 우리 정치문화가 한단계 성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내정자가 `정치적 해결'이라는 말로 국회로 `공'을 넘긴 것은 무엇보다 파문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말고 조속히 매듭짓기를 희망한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지금 전체적인 톤이 검찰이 판단해야 하는 선을 넘었다"면서 "여야 합의로 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선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특히 `특별검사제 도입 등으로 여야가 결론을 내더라도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국회가 좀 성숙한 판단을 해 달라는 뜻"이라면서 "조사해 달라는 데 무게가 있는 게 아니다"고 거듭 `매듭'을 강조했다. 문 내정자는 "독일에선 과거에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동독으로) 갔어도 문제가 안됐던 게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도 여야합의로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부터 출발하자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대북 지원설의 실체적 진실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으므로 검찰에 수사를 맡겨 더이상 파헤쳐봐야 남북관계는 물론 국익에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문 내정자는 "북으로 송금됐다는 게 본질적 사안인데 사실로 드러났고, 대통령이 간접 시인하고 나서 실체적인 진실은 다 밝혀진 것"이라면서 "검찰이 더 수사를 해봤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진솔한 고백이 있으면 그 다음에는 정치적 판단을 해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감사원이 조사를 마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젠 처리만 남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내정자는 특히 이번 파문해결 시한을 노 당선자 취임전까지라고 밝혔다. 차기정부에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현 정부에서의 일은 현 정부내에서 일단락짓자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문 내정자의 `정치적 해결' 주장은 김 대통령이 "앞으로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문 내정자의 이같은 주장을 국민 여론과 여야 정치권이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으며, 민주당 일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실체적 진상'이 드러났느냐에 대해 노 당선자측과 야당간 견해차가 크다. 야당은 대북 비밀지원 결정 과정과 책임자는 물론 김 대통령의 사전인지 여부, 국가정보원 개입 여부, 자금 전달 과정 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고, 특히 감사원이 밝힌 내용은 현대가 제출한 자료만 토대로 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문 내정자의 `정치적 해결' 제안에 대해 김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의 즉각 수사 요구로 답하고 검찰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과 특별검사제 도입 등의 조치를 강구할 것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