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최근 지방 순회 토론회를 통해 지방 소재 대학들에 국책 연구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산업과 연계한 지방대 육성 방침이 알려지면서 대학마다 특성화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CEO가 만난 모교 총장, 이번에는 새롭게 '동북아의 첨단 IT(정보통신)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인천지역의 중심 대학 인하대 편을 마련했다. 홍승용 인하대 총장과 최성국 새빛에셋 사장이 산.학 협력을 통한 동북아 비즈니스의 핵심 인재 육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 최성국 사장 =최근 차기 정부가 동북아경제 중심 국가의 중심지로 송도신도시 일대를 첨단 IT(정보기술) 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만큼 대학들이 '지역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보는데요. 내년 개교 50주년을 앞두고 어떤 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나요. ▲ 홍승용 총장 =앞으로 인천지역이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으로 발전함과 동시에 인하대가 산.학.연 클러스터(집적단지)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 지난 99년부터 '인하 비전 2010'을 수립하고 지역 중심 대학을 목표로 많은 노력을 해왔죠. 이에 따라 올해부터 동북아지역 여러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화와 지역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새롭게 건설될 송도테크노밸리의 핵심 연구인력 공급기지로 인하대를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동북아 물류 비즈니스의 중심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물류 분야에 대한 실용학문 개발도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 최 사장 =지역 거점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변화와 함께 교육의 질적 제고도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나요. ▲ 홍 총장 =인하대는 지난 98년부터 '21세기 하이테크 시대를 선도할 실용학풍 구축'을 목표로 생명공학 정보기술 국제통상 차세대나노기술 분자과학 등을 1차 특성화 분야로 지정, 4년 동안 1백20억원을 지원해 왔습니다. 앞으로 이들 분야와 함께 물류 분야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우선 인천시가 추진 중인 항공 항만 테크노밸리 관세자유지역 등 펜타포트(Penta-Port) 개발과 관련한 산.관.학 연구체계의 중심축이 되기 위해 대학원에 최고 물류전문가 과정(MLO) 등을 만들 계획입니다. 또 e비즈니스 전문과정과 테크노 MBA과정 및 지역전문가(CLO) 과정 등을 만드는 것도 추진 중입니다. ▲ 최 사장 =인하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활발한 대학으로 유명합니다. 지금까지 배출한 대기업과 벤처기업 CEO도 3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홍 총장 =맞습니다. 국내 벤처기업 1호인 비트컴퓨터 대표로 있는 조현정 대표가 인하대 출신이죠. 그밖에 많은 동문들이 국내 주요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로 활약 중입니다. 이렇듯 인하대 출신들이 국내 벤처기업 역사에 큰 획을 긋고 있는 것은 실용과 개척정신을 중시하는 인하대의 학풍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하대는 80년대부터 컴퓨터에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학생들에게 꾸준히 가르쳐 왔으며 현재도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동문들 및 여러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벤처기업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 최 사장 =새빛에셋도 벤처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인하대 동문들이 모여 만든 벤처캐피털입니다. 모교와의 산.학 협동과 적극적인 벤처 투자 등을 통해 올해는 40%의 고수익 배당을,내년 이후 해마다 30%의 배당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 인하대는 산.학 협동이 활발하다고 알려졌는데요. ▲ 홍 총장 =지난해 5월 벤처창업관을 만들어 입주기업을 30여개 업체로 대폭 늘렸습니다. 이들 업체에는 학교에서 기술.창업.세무지원까지 해주고 있죠. 아울러 산.학협력단을 구성해 기업들의 필요를 파악, 기술 이전과 연구 계약 등을 맺고 있죠. 앞으로도 인하대는 우수한 교수진으로 구성한 '창업기술 클리닉팀'을 통해 국제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것은 물론 첨단기술과 시설 및 마케팅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 최 사장 =요즘 사회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대학들이 이공계 학과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히 이공계 학생들의 질이 떨어져 기업들의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인하대는 과거 인하공과대학으로 출발해 국내 공업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한 대학인 만큼 이러한 이공계 기피 문제에 대한 특별한 전략이 있을 것 같은데요. ▲ 홍 총장 =과거부터 인하대는 실용적인 인재 육성을 목표로 이공계 교육에서 차별화된 대학으로 발전해 오고 있습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인해 대학과 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맞춤형 인재'를 교육시키는 것이겠죠. 기업이 원하는 바를 대학에서 가르쳐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취업이 잘 되고 비전만 확실하다면 학생들이 이공계 학과를 기피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인하대는 이공계 학생과 어학 특기자를 선발해 교수가 전담 지도하는 '개인전담 지도교수제'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학교교육부터 유학, 진학, 취업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제도죠. 아울러 이공계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진로취업 통합관리시스템'을 운영해 취업, 진학, 자격증 취득 등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지도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 최 사장 =수험생 수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제 대학도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인하대의 특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 홍 총장 =무엇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겠죠. 인하대는 올 겨울부터 2주 동안 '프리칼리지(Pre College) 시스템'을 도입, 예비신입생 1백20명을 대상으로 기숙사에서 기본 소양 교육과 학교 소개 등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 내년에 개교 50주년을 맞아 현재 국내 행사인 수학.과학올림피아드를 동북아 7개 나라와 공동으로 실시하는 '동북아 수학.과학올림피아드'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 최 사장 =인하대가 지난해 전국대학평가에서 10위 안에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기업들도 채용시에 인하대 학생들을 많이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앞으로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학교측에서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텐데요. ▲ 홍 총장 =인하대는 학생들의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영어와 컴퓨터에 대한 졸업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동문 출신 CEO들과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해 'CEO 특강'을 마련해 왔습니다. 인생 선배들의 성공과 실패에 관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습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