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4천억원 가운데 2천235억원을 대북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현대상선이 2천235억원을 개성공단 조성사업과 남북철도 연결사업, 금강산 관광사업 등 7개 대북관련 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그러나 돈이 북한에 송금된 시점과 당시 현대상선의 자금사정, 개성공단 조성과정 등 여러 정황을 놓고 볼 때 계좌추적 없이 이뤄진 이번 감사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대 측의 '짜맞추기식 해명'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즉 이번 감사결과는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2천235억원이 실제 대북관련 사업자금으로 사용됐는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사용됐는지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현대상선이 자금을 투입했다고 밝힌 7개 대북사업도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현대와 북한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금강산 관광 사업부터 인프라구축 사업까지 다양하긴 하지만 남북철도도로 사업에까지 자금이 투입됐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않는 대목이다. 현대아산은 남북철도도로 사업을 맡고 있는 건설업체 컨소시엄에 일부 지분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대북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7개 대북사업이 무엇인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북자금 지원 당시 현대그룹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었다는 점도 대북자금의 성격에 의문점을 던져주고 있다.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과 현대아산 등이 부도위기를 맞으면서 그룹 지주회사로 우량회사였던 현대상선에까지 그 여파가 몰려오는 등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었다. 즉 유동성 위기로 내부의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한 현대그룹이 2천억원이 넘는 거액을 아무런 부담없이 대북사업에 투입했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은 감사원이 밝힌 내용을 믿는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현대그룹이 당시 유동성 위기에 놓여 있었다는 점 등 주변정황으로 보면 발표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