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헌장 전문에는 건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건강은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이고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최상의 건강을 누리는 것은 종족이나 종교,정치적인 신념,경제적 또는 사회적인 조건의 차별이 없는 모든 인간의 기본권리이다." 이같은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WHO는 각종 질병퇴치사업은 물론이고 각국의 보건·의료발전을 위한 재정지원과 기술훈련 그리고 자문 등을 한다. 폭넓은 활동에 걸맞게 연간예산이 22억달러(2조6천여억원)에 이르며 직원수도 유엔본부 다음으로 많은 3천5백여명이나 된다. 유엔 산하 50여개 국제기구 중 WHO를 포함,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가 3대 기구로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WHO가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다. WHO는 1923년에 설립된 국제연맹 시절의 보건기구와 1909년 파리에서 설립된 국제공중보건사무소의 업무를 이어받아 1948년에 발족됐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워싱턴 코펜하겐 마닐라 뉴델리 카이로 브라자빌 등 세계 6개 지역에 사무처를 두고 있다. 한국은 설립 이듬해,북한은 1973년에 각각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반 말라리아 퇴치사업을 벌이면서 WHO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학질로도 불리면서 골칫거리였던 말라리아는 5년간에 걸친 공동노력 끝에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취를 감추었다. 특히 빈곤국가에서 WHO의 지원은 절대적이며 에이즈나 결핵 등은 물론이고 각종 질병퇴치에 이 기구가 선두에 나서고 있다. WHO 사무총장에 이종욱 박사가 뽑혔다는 소식이다. 지난 20년간 소외된 지역에서 나병과 소아마비 박멸에 힘써온 이 박사의 공적이 평가를 받은 셈이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자랑이기도 하다. WHO는 모든 질병과 싸워야 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정신적인 건강까지도 배려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고 있다. 앞으로 5년 임기 동안 이 박사의 활약이 기대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