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 억제 시책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기업규제완화 차원에서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밝힌데 이어 산업자원부가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올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고 하자,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지방경제 활성화 공약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관계부처와 지자체들이 서로 자기 입장을 고집한다고 해묵은 이 문제가 해결될 건 아니다. 그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기업경쟁력 강화와 국토의 균형발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수도권 정책이 난마처럼 엉클어진 데에는 중장기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에만 급급했던 정부당국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이왕이면 입지조건이 좋은 수도권에 눈독을 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일률적으로 규제하다가 외환위기 같은 계기만 생기면 원칙없이 규제를 완화해주는 선심성 정책을 되풀이해왔다. 그 결과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외국인투자유치 무산 등을 촉발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는 불만이 높은 동시에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갈수록 과밀화되는 최악의 사태를 낳고 말았다. 경위야 어떻든 지금까지의 수도권 분산정책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아직 후보지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사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다 실제로 얼마나 인구분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인 형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무작정 수도권 입지와 관련된 규제를 풀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 성급하다. 더구나 환경친화적인 첨단업종에 국한한다고 하지만 한강수질 보전을 위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자연보전권역에까지 공장증설을 허용한다는 산자부 방침은 신중히 재고해야 마땅하다. 수도권 정책처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경우일수록 치밀한 계획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우선 공공기관 학교 등부터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지방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시책의 효과를 봐가면서 단계적으로 수도권 입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도 건설도 남북관계 지역균형발전 국민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