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0:27
수정2006.04.03 10:29
한국의 경제교육 상황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1차적인 학습도구인 교과서부터 현실경제를 이해시키는데 미흡한데다 부교재마저 마땅치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교사에 대한 교육기회마저 부족해 교사들 스스로 아이들에게 경제를 가르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경제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땅에 떨어졌고 이는 교사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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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 과정.교과서 문제점 ]
'학교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경제교육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7.1%의 교사들은 현재 다뤄지고 있는 주제나 내용이 학생들의 능력이나 수업시간 수에 비해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너무 적다'는 의견은 6.3%에 불과했고 적은 편이라고 답한 비중도 26.6%에 그쳤다.
교과서의 설명수준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조사대상 교사의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수준이 '어려운 편' 또는 '너무 어렵다'고 답했다.
'쉬운 편이다'라는 답은 19.5%였고 '너무 쉽다'고 답한 교사는 한 명도 없었다.
교육과정에 포함된 사례도 98.7%의 교사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현행 경제교과서의 문제점으로는 50.0%의 교사가 '이론과 개념위주의 서술형식'을 꼽았고 '수업시간 부족'(21.3%),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와 내용'(17.5%), '정부의 치적홍보'(7.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제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수준도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 가운데 88.8%가 학생들이 경제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한 반면 관심수준이 매우 높거나 높은 편이라고 답한 비중은 10%를 겨우 넘었을 뿐이다.
천규승 박사(KDI정보센터 경제교육팀장)은 "현재 경제교육과정이 함량 미달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경제과목뿐만 아니라 전 교과목에서 경제지식을 전수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관심을 끈 대목 가운데 하나는 현직 교사들마저 경제교육에 목말라 있다는 점이다.
'평소 학생들을 가르칠 때 스스로 경제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조사대상 교사의 거의 전부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교과과정중 특히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단원으로는 '외환 무역 등 국제 경제분야'가 35.0%로 가장 많았고 '주식 채권 등 투자분야'(32.5%)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경제이론'(17.5%), '소비생활관련분야'(10.0%), '경제사상분야'(3.8%) 등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교사들의 이같은 생각에도 불구하고 경제지식을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기회만 닿는다면 경제교육 관련 연수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교사는 전체의 97%를 넘은 반면 실제로 교직생활 동안 한 번이라도 이같은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는 교사는 27.5%에 불과했다.
연수받은 기간은 대부분 3~5일 정도로 짧은 편이었고 연수받은 시기는 72.0%가 '겨울방학'이었다.
교사들의 또 다른 바람은 경제를 가르치는데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히 갖춰지는 것.
'경제교육시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학습자료 부족'(24.8%)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교과서만으로는 부족해 경제단체 발간자료나 대학 전공서적, 시청각 자료, 신문기사 등을 뒤적여 보지만 막상 교실에서 활용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게 교사들의 하소연이었다.
'학생들의 무관심'(21.4%), '수업시간 부족'(19.3%), '교사의 능력부족'(9.0%) 등도 경제과목을 가르치는데 걸림돌로 지적됐다.
서울 관악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사회교육과를 나오긴 했지만 솔직히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경제지식을 전달하기에는 버거울 때가 많다"며 "대학생활 동안 배운 '경제원론' 수준의 지식으로는 부족해 연수를 따로 받아 보려고 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