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평균 2시간씩 카메라 앞에서 "피말리는" 전쟁(?)을 치른다. 개인 스케줄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 24시간 생방송이기 때문에 새벽 1시에도 방송이 시작될 수 있다. 언제든 "스탠바이" 상태여야 한다. 잠시 책상 앞에 앉는 시간에는 인터넷을 통해 상품 정보를 검색한다. 백화점에서의 윈도 쇼핑도 업무의 연장.늘 노트를 들고 다니며 상품 정보와 소비자 반응을 체크한다. LG홈쇼핑의 베테랑 쇼핑호스트 이정명씨(36)의 생활이다. 화면에 드러나는 상큼하고 화려한 모습 뒤에는 이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자리잡고 있다. 방송 자체가 만만치않은 작업이지만 쇼핑호스트는 판매실적에 대한 부담까지 져야 하기 때문에 일반 방송 진행자보다도 긴장의 강도가 높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이 전부라면 쇼핑호스트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 선망의 직업으로 떠올랐을 리 없다. 이씨는 "나이가 들고 살림에 관록이 붙을수록 상품을 보는 안목이 넓어져 주부도 일하기 적합하다"는 점을 자기 직업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씨 본인도 10살짜리 딸을 둔 주부다. 영어강사 생활을 하다가 96년 LG홈쇼핑에 입사해 7년째 쇼핑호스트로 일하고 있다. 연봉은 급여와 인센티브를 포함,1억원에 가깝다는 게 주변의 귀띔이다. 입사 7~8년째에 연봉 1억원은 웬만한 직종에선 상상조차 어렵다. 그러나 쇼핑호스트들의 세계에선 그리 낯설지 않다. CJ홈쇼핑의 고려진 이사,우리홈쇼핑의 유난희 차장 등 베테랑 쇼핑호스트들은 금전적으로나 사내 위치에서나 남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 현재 LG CJ 등 주요 홈쇼핑 업체에는 총 1백50명 정도의 쇼핑호스트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이 받는 보수는 초기에는 일반 사원과 거의 같지만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져 일반 직원보다 보수가 높은 편이다. LG홈쇼핑의 경우 현재 여성 쇼핑호스트 16명 가운데 기혼자가 6명으로 40%에 달한다. 최근엔 남성 쇼핑호스트도 늘고 있다. 현재 5대 홈쇼핑 업체에서 일하는 남성 쇼핑호스트는 LG홈쇼핑의 이건종씨,우리홈쇼핑의 최태일씨,농수산쇼핑의 이태수씨 등 총 30명에 달한다. 홈쇼핑업체들은 보통 수시채용을 통해 인력을 선발한다. 초급대학 졸업자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연령제한은 없다. 보통 1차 서류전형과 2차 카메라 테스트,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선발된 인원은 보통 6개월간의 인턴과정을 거쳐 정식 쇼핑호스트가 된다. 공중파 등 기존 방송 경력자가 많지만 전혀 무관했던 사람도 적지 않다. 관계자들은 쇼핑호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외모와 언변을 꼽는다. 대본 없이 2시간 동안 생방송을 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재치있는 화술이 필수다. 단정하고 친근감을 주는 외모도 중요하다. 현직 종사자들은 "쇼핑호스트가 되려면 표정과 말투를 철저히 갈고 닦고 카메라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