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인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임차인에게 행한 부당 행위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이는 설사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하더라도 약자인 임차인에게 부당한 횡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 판결이다. 서울지법 민사3단독 정진경 판사는 최근 건물주 김모씨가 "명도일을 하루 넘겼으니 새 계약자에게 지급한 위약금을 배상하라"며 임차인 나모씨에게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2월 건물을 산 김씨는 두달 후 이 건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던 나모씨에게 임대계약 만료일인 10월30일자로 계약을 재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결국 11월15일까지 시간여유를 달라는 나씨의 요청을 묵살하고 10월7일자로 나씨를 상대로 건물명도 소송을 낸 데 이어 같은 달 10일에는 또다른 임모씨와 11월4일 입점하는 조건의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나씨가 10월말에도 가게를 비우지 못하자 계약만료일 이틀후인 11월1일 임씨에게 위약금으로 계약금의 2배를 지급한 뒤 나씨를 상대로 위약금과 밀린 임대료를 내라며 이같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10월말까지 가게를 비우기가 어렵다는 사정을 원고가 알면서도 제3자와 임대차계약을 했고 약정 명도기일을 불과 하루 넘긴 시점에 위약금을 지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고는 위약금을 물어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지법 민사31단독 신종열 판사도 최근 임차인 강모씨가 "건물주가 부당한 임대료 인상으로 챙긴 권리금을 돌려달라"며 건물주 이모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강씨는 2001년 5월 건물주 이씨가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종전의 6배가 넘는 2억원의 보증금과 월 1천1백만원의 과중한 임대료를 요구하자 가게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가게를 제3자인 김모씨에게 넘기고 권리금 등의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다. 강씨는 권리금 1억원중 4천5백만원을 건물주에게 주는 대신 새로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해주기로 건물주와 구두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건물주 이씨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다시 제시하는 바람에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하게 되자 소송을 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