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先物시장 이대론 안된다 .. 송재조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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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힘차게 출발했던 한국증시는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래가 크게 위축돼 있을 뿐 아니라 안팎의 악재로 종합주가지수는 6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기형적으로 커진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뒤흔드는 이른바 '왜그 더 독(Wag the Dog)현상'마저 뚜렷해 투기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래소시장의 매매대금은 하루 1조원대를 간신히 넘기는 반면 선물 옵션시장에선 10조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지곤 한다.
추락을 거듭하는 증시와는 대조적으로 열기를 뿜어내는 곳이 있다.
바로 복권시장이다.
한창 각광받는 로또복권을 판매하는 국민은행 창구와 동네 슈퍼에는 연일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상최대인 65억원의 당첨금이 나온 후 로또복권의 판매고가 부쩍 늘고 있다.
지난해 주당 평균 40억원대에 머물던 로또복권 판매금액은 65억원짜리가 걸렸던 이달 첫째주 1주일 동안 1백53억원으로 증가했다.
'인생역전'을 광고문구로 사용하는 로또복권은 '큰 것 한방'을 쫓는 이들 뿐만 아니라 이 땅의 평범한 소시민들까지 대박 레이스로 내몰고 있다.
국내 복권시장은 1969년 주택복권이 선보인 이후 성장을 거듭해 왔다.
최근 복권 판매규모를 보면 지난 98년 3천2백9억원에서 99년 4천2백16억원,2000년에는 5천27억원으로 5천억원대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1조22억원으로 연 1조원의 거대시장을 형성했다.
호황을 구가하는 카지노와 경마 경륜시장까지 감안하면 '대박 공화국'이란 말도 나올 법 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꿈을 쫓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평생 직장에 대한 불안감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 격차가 '한탕만이 살 길'이란 생각을 불어넣었는지도 모른다.
대박신드롬을 저금리 시대와 연관지을 수도 있다.
실질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저금리 시대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매달 얼마씩 차곡차곡 저축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봉급생활자의 꿈은 점점 멀어만 간다.
평생 모은 저금과 퇴직금으로 노후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이들에게도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경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일로 눈길을 돌리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도 대박신드롬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복권시장과 별반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승산이 매우 낮다.
미국에서 실시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 이익을 내는 계좌는 전체의 1%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백명의 투자자 중 단 1명만 돈을 벌고 나머지 99명은 돈을 잃는다는 얘기다.
그만큼 투자위험이 높은 셈이다.
선물 등 파생상품시장은 제로섬(zero-sum)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곳이다.
돈을 번 투자자가 있으면 그만큼 잃은 이가 반드시 생긴다.
하루장을 마감하면 계좌에 얼마를 벌었는지,아니면 돈을 잃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이같은 특성과 함께 투기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선물시장은 갈수록 단기화 경향을 띠고 있다.
문제는 초단타매매가 극성을 부리는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등 각종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권열풍과 단타경연장이 된 선물시장의 현 주소를 보면서 대박신드롬을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즐기는 서민들의 오락으로서 복권을 사는 행위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재테크투자의 기본 수칙인 '요행을 바라선 안된다'는 점은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song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