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외교브레인 오카모토 유키오씨가 최근 총리의 사적 자문기구인 대외관계 태스크포스의 요직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재무성 고위관료로 환율정책을 주무르다 최근 용퇴한 구로다 가즈히코 전 재무관이 새 브레인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측근에 합류했다. 일본 정책결정의 나침반 역할을 해 온 두 엘리트의 인사 배경은 향후 정책 무게를 금융 경제에 두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일본언론의 관측이다. 은행 결산기만 되면 금융위기설이 고개를 들고,나라경제가 시한폭탄 취급을 받는 상황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경제를 더 의욕적으로 챙기겠다는 신호라면 이번 경질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바라보는 일본언론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고이즈미 총리의 인재관 탓이다. 일본언론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자문기구란 이름으로 인재들을 곁에 둔 고이즈미 총리가 이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인재집단의 제언이나 보고서를 장식품 정도로 생각해 방치하거나,보고서만 제출하고 나면 더 이상 인재들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지혜와 정책 아이디어를 수혈 받기 위한 엘리트들의 두뇌와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보고서와 제언만 하도록 했다는 비판인 셈이다. 지난해 말 한국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 일부 일본 정치인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 및 고이즈미 총리와 닮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정상까지 오른 점이 다나카 전 총리와 흡사하다면,솔직한 스트레이트 화법으로 대중에 파고들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점은 고이즈미 총리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취임 초기 80%를 웃돌던 고이즈미 총리의 지지도는 현재 절반 수준으로 추락해 있다. 그리고 지지도 추락에는 캐치프레이즈 정치에 대한 거부반응이 한몫 한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실패에서 한국의 성공비결을 찾는 학습이 한창 유행했지만,출범을 한달여 앞둔 새 정부가 경계할 또 하나의 함정은 고이즈미 총리의 인재 활용술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