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에서 개발되고 있는 민속주의 종류는 크게 소주와 약주로 나뉘는데 소주는 안동이 본고장이라고 전해진다. 칭기즈칸이 세계를 제패하던 당시 아랍에서 알코올 증류법을 배워 이를 중국과 고려에 전파했고,안동은 몽고군기지가 있었던 인연으로 소주를 많이 빚게 됐다는 것이다. 또 약주라면 경주교동법주를 든다. 조선 숙종때 궁중음식을 주관하던 관청인 '사옹원'의 참봉이었던 최국선이 낙향한 뒤부터 최씨 문중에서 빚었다고 한다. 우리만큼 토속주가 다양한 나라도 별로 없을 듯 하다. 지방마다 그곳의 토산물과 자연 그리고 인심이 어우러진 술이 나름대로의 특징을 갖고 있다. 남쪽으로는 진도의 홍주에서 북쪽으로는 함경도의 문배주까지,서쪽으로는 한산 소곡주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영월 신선주까지 세간에 잘 알려진 종류만도 수십가지에 이른다. 명주로 이름을 날렸던 전주의 이강주는 배 생강 토종꿀로 만들었고,홍천 옥선주는 임금에게 진상했던 술이다. 술을 빚는 정성도 지극해 '애는 버려도 누룩은 못버린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다. 술 익는 마을의 전설 역시 많아 소곡주는 일명 '앉은뱅이 술'로 불리는데 한양에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이 술을 홀짝이다가 일어나지 못해 시험을 놓쳤다는 일화에서 유래한다. 고창의 복분자(覆盆子?딸기)술은 강장효과가 커 분자(요강)를 뒤엎었다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설이 다가오면서 명절선물로 전통민속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속주는 포도주처럼 색깔과 맛,향을 함께 즐길 수 있는데다 가격이 저렴하고 상대방의 취향을 맞출 수 있어 값비싼 고급양주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속주는 다양한 알코올 도수가 장점이기도 하며,명절에는 역시 '우리 술이 최고'라는 애향심도 한몫 거드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영국의 위스키,프랑스의 코냑,러시아의 보드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없어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제 민속주도 외국에 내놓을 수 있는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개발할 때가 온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