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소비자 위한 방카슈랑스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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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에 방카슈랑스 도입 방안이 발표됐다.
오는 8월부터 개인연금 등 저축성 보험상품을 은행 창구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오는 2007년에는 자동차보험까지 3단계에 걸쳐 판매 상품의 범위를 넓혀간다는 것이 골자다.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대리점 전속계약(독점권) 문제는 특정 보험사의 판매비중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결론이 내려졌다.
은행과 보험의 결합을 의미하는 방카슈랑스는 은행이 직접 보험업을 겸영하는 전면적인 통합에서부터 자회사를 통해 보험에 진출하는 방안,그리고 단순히 은행이 보험 상품을 대리 판매하는 소위 '판매망의 공유'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 있다.
물론 보험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역(逆)방카슈랑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와 보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제한적인 형태다.
어떻든 은행과 보험의 경계가 일단 무너지기 시작한 만큼 관련업계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양대 업계의 판도에도 큰 지각변화가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에도 은행과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에 대비한 치열한 기세싸움을 벌여왔다.
국민은행은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외국계 합작선인 ING사와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고 신한과 하나은행 역시 외국계 주주들과 보험 자회사를 공동 인수하는 등 준비를 서둘러왔다.
상품 판매 경로를 은행에 잠식당한 입장인 보험사들은 회사의 규모와 처한 입장에 따라 방카슈랑스가 가져올 파장을 계산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업계간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논외로 한다면 방카슈랑스 도입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결국 두가지다.
하나는 역시 이를 통해 보험가입자의 효용이 높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설계사를 거치지 않은 직접 판매가 개시된 만큼 판매비용 하락분에 해당하는 충분한 보험료 인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소비자 효용이 높아지지 않는 방카슈랑스가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하나 주목할 점은 은행과 보험사들의 위험 관리다.
보험은 역시 위험을 담보하는 사업인 만큼 그동안 단기상품만 취급해왔던 은행들로서는 보험산업 진출에 따른 위험관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방카슈랑스의 결과 나타날 업계의 판도변화와 예상가능한 부작용,예를 들어 부실 보험사 경영악화와 중소 은행의 시장지배력 약화 등에 대해서는 당국의 적절한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