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yh@ksf.or.kr 언젠가 술자리에서 물리학자인 K 박사가 "괴테가 가장 존경한 사람들이 누군지 아십니까?"라고 물어왔다. 몰라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나에게 그는 기분 좋다는 표정으로 "바로 과학자들입니다"고 말했다. 최근 우연히도 어느 책에서 "오직 과학자들만이 존경받을 만하다.그들은 매우 독특하고 창의적"이라는 괴테의 말을 발견하고,그날 밤 K 박사의 표정을 되살렸다. 나는 이공계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을 매우 좋아한다. 특히 연구활동에 밤늦도록 몰두하는 창조적인 과학자들,새로운 제품개발이나 공정의 개선에 전념하는 공학기술자들을 나는 진심으로 존경한다. 지난해 12월 우리직원 몇 사람과 도쿄에 출장갔을 때 일이다. 이동하는 차량속에서 서울사무소의 동료들과 수시로 업무연락을 하던 곽 과장이 전화를 끊으며 "아! 세상 참으로 좋아졌다.참 희한하구나!" 이 말에 동승했던 우리 일행은 동의와 수긍의 웃음을 지었다. 어디 이동전화뿐이랴.과학기술자들의 피땀어린 창의와 집념의 소산인 '문명의 이기'들이 얼마나 많은가. 일부 사람들은 과학기술로 말미암은 부작용과 폐해를 이야기하지만 그것들은 인류의 지혜로 해결가능한 것이고,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혜택과 나라발전의 성과에 비할 수 있을까. 최근 카네기 멜론대학의 R 플로리다 교수가 쓴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란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그는 창조성을 중요한 업무요소에 활용하고 있는 '창조적 계급(Creative Class)'이 경제사회발전의 근원적 원천임을 강조하고,그 중에서 과학기술자를 대표적인 직종으로 꼽았다. 세인이 아는 석학 한 분은 일찍부터 세계강국의 지위에 있었던 영국이 185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독일에 차례로 뒤지기 시작한 주된 이유가 공학기술자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대접해주지 아니했던 사회적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연 우리사회는 원천적 국부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과학기술자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대접은 어떻게 해주고 있는지…. 최근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원인을 곰곰이 생각하며 다시 한번 대문호 괴테의 말을 되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