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저전거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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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근 신도시는 자전거 천국이다.
초·중·고생은 물론 주부들도 자전거를 타고 오간다.
꽁무니에 아이를 태운 젊은 엄마,할머니를 태운 할아버지도 적지 않다.
일산 호수공원에선 연인이나 부부 친구가 2인용 자전거의 페달을 함께 굴리며 까르르 웃는다.
서울에도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복잡한 도로를 피해 서초동 삼풍아파트에서 강변을 따라 압구정동 병원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의사도 있다.
지하철역에서 집까지의 간이 교통수단으로 애용하는 실속파도 많다.
서울시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종로와 을지로를 일방통행으로 바꿔 2∼3개 차로를 줄이고 대신 자전거도로를 신설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자전거의 장점은 많다.
기름이 필요 없는데다 공해를 유발하지 않고 팔다리 힘과 심폐 기능을 강화시킨다.
언덕길을 달리느라 지칠 때쯤이면 편안한 내리막길이 나오고 신난다 싶을 즈음 다시 오르막길에 맞닥뜨리다 보면 '오래 달리기 위해선 힘을 잘 배분해야 한다'는 세상살이 이치도 깨닫는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없어 위험하기 짝이 없고 분실과 도난도 잦다.
아깝기야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은 애써 마련한 새 자전거를 잃어버리면 두고두고 상심한다.
경기 과천시가 3월부터 자전거에도 번호판을 단다는 소식이다.
멀리서도 잘 보이게 야광 처리한 번호판에 소유자의 이름 주소 등을 담은 바코드를 담는다는 것이다.
지하철역 상가 학원 주변에 타이어 공기주입기도 놓는다고 한다.
번호판을 붙이면 아무래도 쉽게 훔쳐가기 어려울테고,전용도로와 보관대 등이 늘어나면 한결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지난 조치를 보면 보도턱을 없앤다는 게 흉내만 낸 통에 경사가 급해 고꾸라지기 십상이거나 자동차 주차용으로 변질된 곳 투성이다.
번호판과 전용도로 설치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것들이 실효를 거두도록 제대로 만들고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자전거 이용자에게 기초적인 교통질서 교육을 단단히 해야 하는 것 또한 말할 필요도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