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공산당의 권한을 줄이고 서구 민주주의의 권력분립 형태를 도입하는 정치개혁에 나선다. 이는 중국이 1949년 공산당 혁명으로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한 이래 가장 큰 변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 후진타오 공산당 총서기가 추진하는 정치개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 선전시 내달부터 정치개혁 시행 =위유쥔 광둥성 선전시장은 12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경제특구인 선전시를 정치행정체제 개혁 실험도시로 승인했다"며 "선전시는 2월부터 개혁을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그램하에서 공산당은 경제발전 전략과 몇몇 중요한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며 "공산당이 성 정부의 집행업무에 간여하는 것은 중단된다"고 말했다. 그 대신 선전시 의회가 당에서 제안한 경제발전전략과 대규모 지출계획을 검토, 승인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전의 이같은 개혁은 투명하고 법을 준수하는 정부를 만들어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치개혁의 거점으로 떠오른 선전은 22년 전 경제특구로 지정됐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천5백58달러에 이르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다. ◆ 쩡칭훙이 정치개혁 주도 =선전의 정치실험은 베이징에 있는 중앙당교(공산당 학교)에 정치개혁을 위한 '싱크탱크'를 설립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 싱크탱크는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의 민주주의제도를 분석, 행정과 입법에서 공산당의 영향력을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책 입안과 집행의 주체가 다른 홍콩의 통치방식도 참고하고 있다. 따라서 개혁안이 실행되면 공산당은 중앙 및 지방정부의 행정행위에 대한 간섭을 일체 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의회격인 지방 인민대표대회(人大)가 지방정부의 전략개발 및 대규모 지출 계획 등을 검토.승인하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러한 계획은 지난해 11월 총서기직에 오른 후진타오로부터 지난달 당교 교장직을 이어 받은 쩡칭훙 정치국 상무위원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쩡 상무위원은 "정치개혁이 오늘날 중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장기적 과제의 하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