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를 들고나온 것은 지극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엊그제 노동부 보고과정에서 드러난 인수위의 노동관련 정책방향은 그렇지 않아도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되게 만들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취업기회마저 위축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전체 근로자의 56.6%를 점하는 근로자들이 법적 보호망 밖에 놓여있는데다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사회보험 가입률이나 퇴직금 등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를 개선할 것인가 하는 논의에 이르면 인수위의 생각과는 불행히도 다른 대답이 나오게 된다. 임금은 기업이 생산물을 판매해 얻은 이익에서 지급되는 것일 뿐 다른 어떤 원천도 있을 수 없다. 이윤율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등 노동시장 상층부에 강력한 정규.조직 노동자가 존재할 경우 중소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부문에서는 임금 및 근로조건이 더욱 열악해지는 역효과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강력한 노조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비정규직 부문을 이토록 팽창시키는 숨어 있는 요인일 뿐더러 근로조건도 악화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결국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하게 함으로써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3년 이상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자는 발상도 위험천만이다. 그렇게 되면 경영이 취약한 기업들은 3년을 채우기 이전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 뻔하다. 근로자가 잘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기업가들이 더욱 절실하게 생각하는 주제다. 문제는 과연 '어떤 재원으로' 그것을 달성하느냐는 것이다. 정책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을 인수위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