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계 투자회사가 한글과컴퓨터의 해외CB(전환사채)를 옵션과 연계시켜 주식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 투자회사가 부담해야 할 주가하락 위험을 한글과컴퓨터가 대신 떠안는다는 점에서 옵션 연계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 최대주주인 넥센캐피털(Nexgen Capital)은 한글과컴퓨터 보유지분 5백89만주(8.6%) 중 19만주를 지난 8일 장내매도했다. 아일랜드 소재 투자회사인 넥센캐피털이 한글과컴퓨터의 최대주주로 떠오른 것은 지난 3일이다. 넥센캐피털은 지난해 말 한글과컴퓨터 해외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넥센캐피털이 발행하는 콜옵션을 한글과컴퓨터가 사주기로 하는 계약을 한글과컴퓨터와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넥센캐피털은 보유 중이던 해외CB 93억원어치를 주당 1천5백82원씩 5백89만주와 바꿨다. 한글과컴퓨터는 넥센캐피털이 발행한 콜옵션을 옵션프리미엄 5억3천만원(93억원의 5.7%)을 주고 사들였다. 이 콜옵션은 3년 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졌다. 이 거래는 한글과컴퓨터 측에선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분석된다. 또 한글과컴퓨터 주가가 오를 경우 콜옵션을 행사해 차익을 누릴수도 있다. 그러나 주가가 내릴 경우 이에 대한 손실분을 한글과컴퓨터가 진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넥센캐피털은 보유지분을 단기간에 처분하고 발행한 콜옵션을 헤징하기 때문에 5억3천만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또 한글과컴퓨터의 기존 주주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팀 관계자는 "이 거래를 기획한 넥센캐피털은 한달 내 보유지분의 60% 이상을 장내매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옵션연계 3자배정 유상증자가 주금의 환급금지 및 주주평등 원칙을 어긴 거래라는 점에서 금지시켰었다"며 "옵션연계 CB전환의 문제점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