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을 확대하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렉산더 베르시보 주러시아 미대사가 5일 말했다. 베르시보 대사는 러시아 통신 인테르팍스에 이렇게 말하면서 러시아령 북극 부동항 무르만스크에 석유선적 터미널을 설치하는 것이 "이런 의미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코일, 유코스, TNK 및 시브네프트 등 러시아 4대 석유회사들은 지난해 11월 무르만스크항과 기존의 러시아 석유단지를 잇는 1천500km의 송유관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예비 합의했다. 이들은 오는 4월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의향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프로젝트에는 무르만스크에 30만t 규모의 유조선이 정박할 수 있는 터미널을 만드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무르만스크는 러시아령 북극해의 유일한 부동항으로 미국과 가깝다는 이점도 갖고 있다.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한 인사는 무르만스크 석유터미널 구축이 완료될 경우 현재 미국 수입 석유의 채 1%에도 못미치는 러시아 원유 비율이 13%로 급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현재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하루 900만배럴에 불과한데 러시아 석유업계는 오는 2007년까지 한해 평균 3천만-5천만t의 원유를 미국에 수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소식통들은 그러나 무르만스크와 러시아 석유단지를 연결하는 이 프로젝트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이것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미국의 이라크전 위협에 대한 모스크바측 태도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라크-러시아 기업간의 중요한 석유 협정을 무산시켰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정치적 배경'도 변수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관측통들은 러시아가 그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제동을 걸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그러나 무르만스크 석유터미널 건설과 관련해 미-러시아가 경제적 이익을 우선 고려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