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용계획이 확정된 기업들의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 구직자들은 올해도 극심한 취업경쟁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수가 넘는 기업은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채용규모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 올해 채용시장은 향후 경기변동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올 채용, '경기회복'이 좌우 =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상장.등록기업 311개사를 대상으로 '2003년 채용계획'을 조사해 6일 밝힌 결과에 따르면 올해 채용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조사대상 기업의 42%인 131개사였다. 35%(109개사)는 채용계획을 아직 확정짓지 못했으며 23%(71개사)는 올해 채용계획이 없다고 답해 불투명한 경기전망이 기업 채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계획이 확정된 131개 기업의 올해 채용규모는 1만9천654명으로 지난해 2만167명에 비해 2.5% 감소했다. 올해 경기회복 여부가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48%가 '약간 영향을 미친다', 27%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반면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기업은 26%에 지나지 않았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당초 계획보다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53%로 이중 '다소 늘린다'가 50%, '많이 늘린다'가 3%를 차지해 경기호전 여부에 따라 지난해보다 채용규모가 커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인크루트의 최승은 팀장은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채용 계획을 자신있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채용규모가 더욱 줄어들겠지만 세계경기 회복 등으로 기업 수익성이 호전되면 채용규모가 상당폭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IT.식음료 '맑음', 금융.건설 '흐림' = 올해 기업채용이 경기회복에 좌우되리라는 점은 업종별 채용전망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IT(정보기술), 외식.식음료 등 경기전망이 밝은 업종은 상당폭의 채용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금융, 건설, 유통 등 성장세 둔화가 점쳐지는 업종은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2년간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IT업종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보통신 부문이 지난해보다 12%, 전기전자 부문이 2% 가량 채용규모를 늘릴 전망이다. IT업종에서 대규모 채용을 확정한 기업은 LG전자(2천500명), 삼성전자서비스(1천명), 팬택앤큐리텔(620명), 삼성SDS(500명), 현대정보기술(500명) 등이다.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외식.식음료업종도 점포 확장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채용규모를 크게 늘려잡고 있다. 롯데칠성음료(1천500명),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600명), 신세계푸드시스템(422명), 아워홈(275명) 등이 정규직 채용을 대폭 확대해 외식.식음류업종의 채용규모는 지난해보다 13%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수익성 호전으로 지난해 모처럼 대규모 채용을 단행했던 금융업종은 은행권의 대규모 합병, 카드사들의 감량경영, 증권업계의 구조조정 돌입 등이 겹치면서 올해 채용전망이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채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한채 채용계획을 내놓은 하나은행(지난해 660명→올해 150명), 동양생명(138명→45명), 하나증권(170명→100명) 등은 그 규모를 대폭 줄여버렸다. 수년간 호황을 누려왔던 유통업종도 소비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신규채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어 올해는 채용규모가 6% 줄어들 전망이다. 유통업종에서 대규모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롯데쇼핑(1천500명), LG유통(600명), 현대백화점(570명), 하이마트(340명) 등이다. 이밖에 부동산경기의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건설업종(-23%)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자동차.철강.기계(-23%) 등도 올해 채용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안승섭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