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의 전자산업진흥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새해 경기가 지난해보다는 전반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단체가 각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업종별 경기전망을 종합한 결과 전자와 반도체는 새해에도 두자리수 성장률을 유지해 전체 경기를 주도할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는 중국시장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4.1%포인트 높은 20.5%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고 전체 생산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 수출도 10% 안팎의 신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이같은 자동차의 수출 증가세는 일반기계나 석유화학과 마찬가지로 작년보다는 부진한 것이다.

철강이나 정유업종도 전반적으로 큰 호황을 누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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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새해 자동차 산업은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반면 내수는 지난해보다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생산은 3백20만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은 새해에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판매의 경우 지난해 보다 3.1% 증가한 1백65만대로 지난 98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증가율 10.2%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이처럼 내수 성장세가 위축되는 이유는 올해 경기 상승세가 둔화되고 신차 출시마저 거의 없는데다 디젤차량 배출가스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작년에 비해 3.3% 증가한 1백25만대, 상용차가 2.6% 증가한 4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차급별로는 경차의 경우 지속적인 감소세에 따라 판매가 6만대에 그치겠지만 소형은 현대 아반떼, 기아 스펙트라 신형, 대우 라세티, 르노삼성 SM3 등 준중형차간의 경쟁으로 지난해 대비 4.8% 증가한 26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중형차는 31만대로 작년보다 3.0%, 대형은 10만대로 9.9% 증가하며 다목적 차량은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가 32만대로 8.6% 늘어나는 반면 CDV(승용형 미니밴)는 21만대로 지난해보다 7.1%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수출은 국산차의 품질 및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GM대우자동차의 정상화로 지난해에 비해 3.3% 증가한 1백55만대를 기록, 지난 2년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가 유럽시장에서 유통망 재구축과 수출 전략차종 본격 투입에 나서고 있고 GM대우차가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수출재개에 나설 방침이어서 수출확대에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북미지역이 74만대로 올해보다 2.8% 늘어나는 것을 비롯해 서유럽(43만대, 8.6% 증가), 동유럽(5만3천대, 12.8% 증가), 아시아.태평양 지역(12만대, 14.3% 증가) 등은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중남미(10만2천대, 1.9% 감소)와 중동(5만5천대 29.5% 감소) 등에선 계속 부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출액은 중대형 승용차와 레저용 차량(RV) 등 고부가가치 차량 비중이 늘면서 작년보다 7.0% 증가한 1백4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1만8천대로 전년대비 84.1%나 급증한 수입차 판매량은 새해에도 55.6% 증가한 2만8천대를 기록,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 철강 =새해 철강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철강제품 가격의 움직임이다.

일단 지난해말 전세계 철강업체 대부분은 2003년 1.4분기 철강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EU(유럽연합)지역 철강업체들은 전 철강제품의 내수가격을 지난해 4.4분기보다 t당 5~7% 인상키로 결정했다.

아시아지역 업체들도 인상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의 보산강철은 열연코일과 냉연코일 내수가격을 각각 t당 7~9% 인상키로 했다.

일본 신일본제철도 열연코일 수출가격을 t당 10~20달러, 냉연코일은 t당 30달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1.4분기에 일본으로 수출하는 냉연코일 가격을 t당 3천~4천엔 인상키로 하는 안을 일본 고객사들에 제시했다.

문제는 1.4분기 이후 이런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의 수급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시장은 철강제품 수입규제 때문에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나면서 가격이 급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가격상승을 업고 미국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여서 그 기세가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세계 최대 철강소비시장인 중국은 수요부족이냐, 공급과잉이냐를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철강수입규제 조치를 발동해 철강재고가 부족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중국업체들이 설비투자와 생산량을 늘려 공급과잉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뒤섞여 있다.

새해 전세계 강재소비량이 지난해보다 4.8% 증가한 8억4천1백만t에 달할 전망이나 조강생산량은 5.2% 늘어난 9억3천만t으로 예상되는 점도 지속적인 가격상승을 낙관할 수 없는 요인이다.

<> 조선 =9.11테러 이후 위축됐던 세계 조선시장은 새해부터 서서히 회복될 전망이다.

지난해말부터 컨테이너선, 석유제품 운반선 등을 위주로 발주물량이 늘어나기 시작한데다 신조선가가 바닥을 탈출하는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스페인 해안의 대형 유조선(프레스티지호) 침몰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단일선체에 대한 대체발주 물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일선체 운항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중선체 발주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규제가 예상되는 단일선체 탱커는 현재 운항중인 전세계 탱커선의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종별로는 지난해 10월말 현재 초대형유조선(VLCC) 4백22척중 2백20척이, 수에즈막스급은 2백80척중 1백10척, 아프라막스급은 5백47척중 2백57척이 단일선체다.

조용준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EU(유럽연합) 소속의 대부분 국가가 단일선체 유조선 접안금지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올해 대체발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99년말 애리카호라는 유조선이 침몰해 대형 해양오염사고를 일으킨 이후 신조선가 상승해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1년6개월 동안 지속됐다는 점도 새해 신조선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초대형 유조선 1척의 신조선가는 지난해 9월 6천2백50만달러였으나 11월에는 6천3백만달러로 회복됐다.

같은 기간 벌크선 케이프사이즈의 1척당 신조선가도 3천5백만달러에서 3천6백만달러로 상승했다.

이같은 수급개선과 선가회복에 힘입어 새해 조선업종은 지난해의 침체를 벗어나 호황국면으로 급반전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 기계 =새해 기계업계에서는 수출입 증감, 기계업계 양대축인 대우종합기계의 해외매각 가능성과 두산중공업의 노사문제 등이 관심사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새해 기계산업 생산은 지난해보다 6.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기계산업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는 운반하역기계, 섬유기계 등이 생산증가를 주도할 전망이다.

수출은 지난해보다 8.1% 증가한 4백2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동남아지역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미국과 유럽지역도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입은 11.0% 늘어난 3백3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설비투자 회복세, 수출수요 증가로 부품 및 부분품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새해 무역흑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1억달러 정도 줄어든 89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장기파업과 그에 따른 후유증 탓에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노조전임자에게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던 두산중공업의 노사관계도 주목된다.

지난해 말 노사가 가까스로 임단협을 타결했으나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회사측과 노조탄압을 주장하는 노사간의 갈등은 올해도 여전한 불씨로 남아 있다.

대우종합기계는 지난 2001년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이후 경영실적이 급속도로 호전돼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 주주 겸 채권단이 해외매각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투자회사인 칼라일 등은 이미 지난해부터 추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산업 공작기계 등 사업부문을 따로 떼내 매각할지,일괄매각할 것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

김홍열.강동균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