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넛크래커(nut-cracker.호두까기) 상황에 빠진다면 한국의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1%, 38%에서 2010년에 각각 25%와 20%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굳이 이같은 경고가 아니더라도 중국 경제의 급부상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실제로 막대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시장이 개방됐다지만 기술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위협 요인은 날로 커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중국 내수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고충이 날로 커지고 있다.


중국시장이 최근들어 세계 최고급 기술의 치열한 경연장으로 탈바꿈하면서 기술경쟁력 우위의 제품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만 하더라도 한국은 이미 중국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한해 동안만 4백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FDI를 유치한 반면 한국의 유치액은 1백억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이마저도 중국은 실제 돈이 들어온 기준인 반면 한국은 신고기준으로 집계한 것이어서 애당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이미 동아시아 FDI 유치의 '블랙홀'을 넘어 세계 최대의 투자유치국으로 올라섰다.


이와 함께 일본 등 선진국 기업이 중국을 저비용 생산기지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중국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한.중 양국 기업 사이의 기술경쟁력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심각한 우려거리다.


산업자원부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조선 등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의 대(對)중국 기술격차는 4~7년 밖에 안된다.


세탁기 냉장고 등 백색가전 제품은 생산 규모 면에서 중국이 세계 제1의 생산기지로 부상한 상태다.


아울러 한국기업의 중국 투자 확대로 인한 일부 산업부문의 공동화 또는 경제자원 이탈 가능성도 염려되는 부분이다.


물론 중국이 급부상함에 따라 기회 요인이 더 많아졌고 위협 요인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제계는 최우선적으로 중국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져감에 따라 큰 폭의 수출 증가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이 지난해 미국에 이은 제2의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데서 보듯 중국시장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4.5%에서 올해 15.6%로로 예상되는 등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감안할 때 한국이 중국으로 진출한 외국 기업에 고기술.고부가가치 부품을 공급하는 기지로써 도약하거나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진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기회 요인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이같은 점에 주목, 한국이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국이 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개선해 잠재성장률을 7%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중장기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해외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올라갔지만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지금까지 한국이 중국의 위협에 잘 대처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중국보다 앞서는 경제시스템과 투자 환경을 구축하지 못하면 제조업 공동화나 수출시장 상실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