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imist 본사 독점전재 ]

선물을 받았을때의 기쁨은 기대가 작을수록 큰 법이다.

정치나 경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2002년 한햇동안 지구촌 곳곳에서는 각종 분쟁과 테러가 발생했으며 경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연초에 우리가 가졌던 기대에 비하면 2002년은 매우 훌륭한 한해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작년 한해를 암울한 한해라고 평가할 만한 이유들은 많다.

발리 몸바사 등지에서 발생한 테러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은 어느때보다 격렬한 모양새로 전개됐다.

북한 핵 문제도 지난 94년의 위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라크의 경우도 비록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부인했지만 미국과의 일전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울한 뉴스들이 많았다.

지난 한해 세계 경제는 비록 2001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나라들에서 실업률은 높아지고 주가는 3년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들도 지난해 초 우리의 전망보다는 나쁘지 않았다.

2001년 말 크리스마스 특집에서 이코노미스트지의 패널들은 2002년 한햇동안 미국경제는 0.6%,유로지역 1.0%,일본은 마이너스 0.8%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나타난 이들 나라의 경제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다.

미국경제는 2.4%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일본도 마이너스 0.5% 성장을 보였다.

실물경제의 예상밖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에게는 지난 한해가 실망스러운 시기였을 것이다.

세계 주식시장의 침체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실물경제간의 이같은 불일치는 매우 놀랍고도 반가운 것이다.

최근 몇년간 주식시장의 붕괴는 일반적으로 은행의 부실로 이어졌으나,지난해 은행들의 실적이 오히려 호전됐다.

미국의 주식시장도 분식회계가 야기한 경제시스템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감안한다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정치면에서는 어떠한가.

무소불위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테러문제와 관련해서도 알카에다의 추가 테러 가능성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2003년 새해에도 위험요소들은 많다.

이라크 전쟁위기로 국제유가가 치솟고 테러발생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높은 부채 수준도 투자와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세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수 있으며 일본 경제도 또 다시 개혁 실패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는 이같은 위험들이 암시하는 것 보다는 더 좋은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전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유엔과 인근 중동국가들의 지지로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될 경우 유가는 다시 안정될 것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경제는 비록 빠른 시일내 회복은 힘들겠지만 경제회복을 위한 개혁 조치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때 2003년 한 해는 지난해보다는 더욱 훌륭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2002년 12월 21일자)에 실린 'A year of surprise'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