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톱 애널리스트들은 새해 미국 증시를 어떻게 전망할까.

월가에 영향력이 큰 주간지 배런스는 신년호에서 애비 코헨 골드만삭스 투자정책위원회 의장 등 9명의 유명 애널리스트들의 새해 전망을 실었다.

그 결과는 '14% 상승에서 2% 하락'까지 등락전망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현재보다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애널리스트는 메릴린치의 리처드 번스타인과 JP모건증권의 카를로스 아실리스 등 2명.

"주식시장이 아직도 투기적인 경향이 높다"(번스타인)는 점과 "고용악화로 증시로의 자금이동이 어려울 것"(아실리스)이란 분석에서다.

만일 내년에도 증시가 떨어진다면 미국 증시는 지난 1929~32년 대공황을 겪을 때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4년 연속 하락'이란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올해까지 3년 연속 하락은 1939~41년 이후 61년 만이다.

물론 배런스는 "기업수익악화나 테러공격 등 4년연속 하락의 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그러나 경제가 대공황에 비교될 상황이 아닌데다 여건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그럴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전망했다.

현재 S&P500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올 연말 기준으로 18.4배,내년 기준으로는 17배선이어서 지난해말의 23배,2000년말의 26배에 비해 크게 낮은 것도 내년도 주가상승을 예고한다는 분석이다.

애비 코헨 등 낙관론자들은 기업수익 향상이 내년 주가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의 공격적인 원가절감 노력이 수익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3년 만에 설비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투자가 내년 증시에 불을 댕길 것"(프란코이스 트래한)이란 분석이 우세하며 내년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메릴린치의 번스타인조차도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지갑을 열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에는 추가적 금리인하를 예상하기 힘들며 오히려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업종별로도 금융 주택 자동차 등 금리인하 수혜주 대신 "엔터테인먼트 여행업 등 작지만 견실한 중소형주들이 유망할 것"(코헨)으로 기대된다.

물론 중국의 저가공세로 가격전쟁이 점점 심해질 것이므로 "중국과 직접 가격경쟁을 하는 기업들은 피하라"(에드워드 야르데니)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배런스는 "주가가 싸더라도 아무도 주식을 갖고 싶지 않을 때가 바로 약세장이 끝나는 시점"이라며 "지금이 그런 때"라고 진단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