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지난 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유럽연합(EU) 출범 이후 가장 큰 확장의식을 가졌다. 10개국이 신규회원으로 가입한 것이다. 그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선 EU 집행위원회가 EU헌법인 '페넬로페(Penelope·호머이야기에 나오는 율리시스의 아내)'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로마노 프로디 집행위원장이 초안을 작성,코펜하겐 회의가 열리기 1주일 전 공개한 이 헌법은 "EU회원국 중 헌법을 비준하는데 실패한 국가는 축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EU 집행위는 '기준에 못미치는 국가들을 어떻게 내쫓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한 것이다. EU가 새로운 회원들을 초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회원들을 내칠 준비를 한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이(기존 국가들끼리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와 '넓이(가입국가를 늘려 확장하는 것)'를 놓고 기존 회원국들이 여전히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음을 말해 주는 대목이다. 영국처럼 넓이를 중시하는 나라들은 EU국가 상호간의 관계가 보다 돈독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외교 경제 사회정책이 각기 다른 25국 모두에 똑같이 적용되는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연방주의자들은 회원국을 늘리기 위해선 좀 더 깊은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U의 결정이 효력을 얻기 위해선 다수의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연방주의자들의 의견이 옳다. 그러나 EU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회원국 상호간의 다양성이 EU가 단합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만들 것이란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일리가 있다. 사실 EU는 공통의 사회정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범유럽적 사회정책을 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6개월 동안 열리고 있는 유럽 헌법회의는 이 타협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페넬로페는 연방주의적 성격이 너무 강하다. 물론 회의가 끝나기 전 내용 중 상당수가 바뀌겠지만 최종안은 공동 방어와 세금,연방 경찰과 검찰에 대한 권한 확대 등의 내용을 담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세금 문제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는 연방경찰의 권한 확대를 꺼리며 스웨덴과 핀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등 중립국은 EU의 '무장화'를 경계하고 있다. 헌법 회의가 이런 난제들을 처리하겠지만 서로간의 이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예정대로라면 페넬로페는 2004년까지 회권국 25개국에서 만장일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정국가가 주변국의 압력에 굴복해 서명을 하더라도 그 나라의 유권자들이 조약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투표가 헌법으로 보장된 덴마크와 아일랜드는 이미 EU 조약을 거부한 전례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자고 나온 생각이 헌법 비준에 실패한 국가들을 EU에서 내친다는 방안이지만 이것 또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영국과 덴마크 아일랜드 등 부자 국가들은 EU가 아무리 협박해도 자국의 헌법을 지키겠다며 저항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자 클럽'에 끼고 싶어하는 가난한 나라들만 EU에 남게 되는 한계를 드러낼 게 분명하다. 정리=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4∼20일자)에 게재된 'The Perils of Penelope'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