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반지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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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2부(두개의 탑)가 지난해 1부에 이어 다시 연말 극장가에 반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은 일찍이 북유럽 설화를 바탕으로 한 환상소설을 발표, 판타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 옥스퍼드대 톨킨(JRR Tolkienㆍ1892∼1973) 교수가 54년 발표한 원작을 3부작으로 영화화한 것이다.
지난 겨울 1부 '반지원정대'에 이어 이번에 2부가 나왔고 3부 '왕의 귀환'은 내년에 개봉된다.
내용은 간단하다.
인간과 작은 키의 호빗족 요정 마법사 등이 함께 어우러져 살던 먼 옛날,절대반지를 얻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마왕 사우론과 이를 막으려는 선한 세력간의 대결을 그린 것이다.
1편에서 우연히 반지를 갖게 된 호빗족 프로도를 선두로 한 반지원정대 구성까지를 다뤘다면 2편에선 프로도와 인간인 아라곤이 점점 강해지는 사우론과 맞서며 겪는 모험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인간세계인 로한왕국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큰 비중을 차지, 1편에 비해 전투장면이 많다.
섬세함이나 심리묘사면에서 1편보다 떨어지고 다소 지루하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도 총 3억달러를 들여 만든 작품답게 스케일은 크고 화려하고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기막히다.
이 영화의 힘은 그러나 형상의 사실성과 규모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양차대전을 겪은 톨킨의 메시지라고 할까, 영화엔 인간의 복잡미묘한 모습이 있다. 한때 위대했으나 악한 마법사 사루만의 최면에 걸려 조카를 내쫓았던 늙은 왕 세오덴, 슬픈 눈으로 프로도를 쳐다보다 돌아서선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골룸, 악의 힘을 빌려서라도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사루만 등은 탐욕 질투 반목에 시달리는 인간의 허약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프로도와 사명을 받아들이는 아라곤, 갈등 끝에 선한 길을 택하는 파라미르 등을 통해 인간의 의지와 용기 사랑 믿음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툭하면 전쟁홍보물을 만드는 미국 영화계를 무조건 흉볼 수 없는 건 청소년용 영화에 이처럼 사람살이의 기본덕목을 자연스레 삽입해내는 힘 때문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