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설 자리 잃는 벤처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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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리스트(심사역)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경영난으로 감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붐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금융업 종사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한다는 긍지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 때문이었다.
은행 증권사 출신의 우수인재들이 앞다퉈 벤처캐피털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증시상장 요건 강화로 벤처투자여건이 악화되면서 자의나 타의에 의해 그만두는 심사역들이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벤처기업 발굴에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춘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자랄 토양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10년 이상된 베테랑급 심사역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오랜 벤처캐피털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부분이다.
미국에선 10년 안팎의 심사역 경력자는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다.
기업경영 금융 마케팅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20여년 간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자신을 금융가(Financer)가 아닌 기업가(Entrepreneur)로 스스로 칭하는 이유도 자부심의 발로다.
벤처캐피털업계에서 심사역 경력은 중요하다.
벤처기업의 발굴에서 투자까지 깊이 있는 재무 및 산업 관련 지식과 더불어 풍부한 경험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벤처거품'도 호황과 불황의 경기 사이클을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심사역들이 부추긴 측면이 있다."(국내 한 창투사 대표)
심사역들의 잇단 이직으로 벤처캐피털의 업무공백도 우려된다.
심사역들의 업무는 벤처기업의 발굴과 투자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컨설팅 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벤처불황의 장기화로 벤처캐피털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벤처캐피털의 최대자산이랄 수 있는 심사역을 키우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인 수익모델 개발보다 심사역 해고로 불황을 넘기려는 벤처캐피털들의 시도가 아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
손성태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