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노무현 당선자와 기업개혁 .. 이봉구 <산업담당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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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참으로 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쳐 향후 5년간 한국을 이끌게 됐다.
숱한 난관을 거치면서도 꿋꿋한 자세로 원칙을 지키며 살아온 노 당선자의 인생역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던져 준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사심 없는 자세로 깨끗하게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란 믿음도 준다.
노동자 등 약자를 대변해온 경력에다 서민적 풍모,탈권위적 자세 등은 친근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언제나 그러하듯 노 당선자에 대해서도 기대와 함께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경제계의 경우는 혹시라도 인기 영합적인 '기업 길들이기'에 나서거나 노조 편향적인 정책으로 경제활동을 오히려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계도 노 당선자의 첫 기자회견을 지켜본 후엔 다소 안도하고 있다.
노 당선자가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양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데다 결코 반기업적 사고를 가진 인물도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노사가 화합하는 경제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재벌의 불합리한 경영시스템이 문제이지 대기업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기업의 왕성한 경제활동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도 거론했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강력한 노조가 해고를 막는 사례를 지적하면서 노동시장이 경직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발언은 재계의 요구와도 일정 수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일제히 '축하 논평'을 통해 노 당선자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후 처음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회장단은 새 정부의 합리적인 경제정책 기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노사관계도 노 당선자가 잘 아는 분야인 만큼 노사협력 역시 원만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제계에서는 투명경영 윤리경영 추세가 뿌리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화합 분위기도 더욱 고취될 가능성이 높다.
노 당선자의 등장은 그만큼 경제의 선진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경제계의 우려가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
노 당선자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지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 길들이기나 인위적 구조개편 같은 것들이 항상 있어 왔기 때문이다.
기업 개혁은 물론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인기영합적인 기업 길들이기로 치우쳐선 곤란하다.
여론몰이식 기업 길들이기는 많은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수 있을진 모르지만 기업인들의 일할 의욕을 꺾어놓게 마련이다.
또 국민들로부터 기업을 사랑하는 마음을 빼앗아 국가경제적으로 보면 심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반(反)시장적 개혁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은 대통령 후보들이 모두 실패작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난한 소위 빅딜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기업개혁은 국민이 기업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기업가 정신을 더욱 고취시키는 것이 돼야 한다.
또 그 기준은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
국가경쟁력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기업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