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됐다. 그 어떤 대선보다 치열했고 진통도 컸던 선거전을 거쳐서다. 후보와 정당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국정 과제를 둘러싼 토론에 뛰어들었고 그것은 논쟁과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바로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새로운 당선자가 탄생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당선에 대한 의례적인 축하보다는 대통령으로서의 무거운 과업에 대해 먼저 당부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눈앞의 갈등을 일단 덮고보자는 식의 미봉적 화해와 통합만을 섣불리 주문할 수는 없다. 중간선에서의 타협을 말하기에는 국정을 둘러싼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들이 워낙 컸고,이는 비단 정치현안에만 그치는 현상도 아니다.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는 워낙 민족의 생사를 가를 문제이며 경제 정책에 대한 노선의 차이 역시 결코 어중간한 중간선을 추구하기에는 논리와 주장들 간에 모순된 측면들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대통령이 국헌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고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두 어깨에 온전히 걸머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국체가 자유민주주의인 이상,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추구하며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양대축 만큼은 결코 한자 한획도 어긋남이 있어서는 안된다. 치열한 갈등 끝에 탄생한 대통령 당선자이니 만큼 우리가 특별히 주문하는 것은 바로 '헌법의 정신으로 돌아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틀을 유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당선자를 배출한 정치그룹이건 패배한 그룹이건 간에 이제는 모두가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은 무엇이며 제(諸) 정치세력들은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또 그것을 위한 스스로의 책무는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낙선자라고 해서 국민된 신성한 의무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선보다 더욱 치열한 국가간 경쟁은 우리의 선거기간 중에도 결코 그침이 없었고 국내적으로는 산적한 현안들이 당선자의 새로운 비전과 지도력을 다급하게 요청하고 있다. 치열했던 선거전과 감격적인 대통령 당선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눈을 씻고 고개를 들면 당장의 정치·경제 현안들이 첩첩이 진로를 가로막고 또다른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정치 현안이라면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안보위기 문제라 하겠지만 이제 겨우 외환위기를 빠져나온 경제야말로 바로 지금 원칙과 정도를 회복하지 못하면 장차 남미식의 궤도이탈이 빚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경제문제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첨예해질 것이 너무도 분명하다. 갖가지 현안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돼 노동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기업들이 투자의욕마저 잃게 된다면 정말 모두가 두려워하는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원칙을 분명히 하고 철저한 시장경제 논리를 준수하는 것이야말로 비록 시간은 걸리지만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책이요 해법이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 20세기의 역사가 웅변하는 그대로다. 그런 점에서도 당선자에게는 고달픈 도전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당선자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