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분위기를 가장 잘 전해준다는 주간지 '배론스'는 최신호에서 한국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기사를 비중있게 실었다. 이채로운 것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에 투표하라(A Vote for Korea,Regardless of Who Wins Election)'는 제목. 펀드매너저들의 코멘트를 중심으로 이어간 기사의 골자는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내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므로 지금이 한국주식을 살 때'라는 것. 대표적인 낙관론자는 한국투자펀드를 운용하는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서(IIA)의 헨리 세거만. "한국의 경제수준을 감안할 때 종합주가지수는 지금보다 2배 이상인 1,600선은 돼야 한다"며 "조만간 한국이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의 선진국지수인 EAFEI(유럽 호주 극동아시아지수)에 편입되면 한국주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론스는 대부분의 한국 투자가들은 한국의 주가가 올해 수익대비 8.6배로 S&P500의 18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대통령선거 이후의 한국경제'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얘기들이 주류를 이뤘다. 김용덕 재정경제부 국제업무담당 차관보, 마르쿠스 놀란드 IIE 선임연구원 등 한국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지난 5년간의 구조조정 결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으며,세계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건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의견이었다. 특히 지난달 한국신용등급 전망(outlook)을 상향조정한 무디스의 빈센트 트루글리아 상무는 "대선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가 안정적이고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월가에 한국주식을 파는 한국계증권사 관계자들의 입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사 뉴욕 법인장은 "이곳 투자자들은 대선과 관련한 질문조차 거의 없는 편"이라며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한국의 정권교체가 경제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경험적으로 아는 것 같다"고 나름대로 풀이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