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DDA 농업협상 제안서는 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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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주말 도하개발 아젠다(DDA) 농업협상에 대한 우리측 제안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했다.
내년 3월까지 1차 양허안을, 9월까지 실행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조만간 협상이 본격화될 것 같다.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10년만에 또다시 국내 농산물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거센 압력이 몰아치게 되는 셈인데, 당장 쌀시장 개방이 발등의 불이다.
물론 쌀 관세화는 UR협상에서 오는 2004년까지 유예됐기 때문에 농산물 보조금과 관세의 감축 등에 관한 이번 제안내용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내년 이후 DDA 협상과정에서 쌀시장 개방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농가의 78%가 벼농사를 짓고 있고 쌀이 전체 농업소득의 46%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쌀시장 개방에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돼 있다.
당장 내후년 만료되는 쌀 관세화 유예조치의 연장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일본은 이미 쌀시장을 개방했고 대만도 내년부터 관세화를 수용하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아시아에서 쌀 관세화 유예조치를 주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필리핀만 남았다.
설사 관세화 유예조치를 연장한다 해도 대신 최소시장접근(MMA) 명목으로 수입량을 크게 늘려야 하는 만큼,가뜩이나 심각한 쌀공급 과잉이 더욱 악화될 게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쌀 관세화가 되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지난 86∼88년 평균 국내외 쌀값 차이가 5배 정도였는데 현재는 평균 6.5배로 10년전 보다 오히려 더 벌어졌다.
UR협상때의 가격차를 기준으로 한 최고 관세율은 3백60% 정도인데, 이정도 관세부과로 최고 8배에 달하는 엄청난 가격차를 상쇄할 수 없을 건 자명하다.
그동안 농특세로 조달한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도 왜 이 지경인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대선을 앞두고 농민 표를 의식한 나머지 실현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다.
이대로 가면 지난 92년 대선때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대책마련을 미루다 UR 타결로 직격탄을 맞은 선례를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당국은 우리 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영농규모 대형화,품질향상,유통경로 개방,쌀수매제 폐지와 공공비축제 시행,소득직불제 확대 등을 서둘러야 마땅하다.
이에 앞서 냉혹한 현실을 농민들에게 정직하게 알려야 할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