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오는 2005년 모델부터 스포츠용차량(SUV)과 미니밴 등의 연비를 의무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그러나 상향폭이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것은 물론 미 의회에 올들어 상정됐다 기각된 개선안에도 부응하지 못해 적지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부시 행정부는 2005년 모델부터 SUV, 픽업트럭 및 미니밴 등 이른바 `경트럭'카테고리에 속하는 자동차의 연비가 휘발유 1갤런당 약 1.5마일(2.4킬로미터) 높아져야 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이 전했다. 2005년 모델은 2004년 말께 출시된다. 경트럭 카테고리에 속하는 자동차의 현재 의무 연비는 갤런당 20.7마일(33.1킬로미터)이다. 미 의회는 지난 96년 경트럭 부문의 연비를 이 수준으로 묶은 바 있다. 소식통은 그러나 다른 승용차들에 대한 연비는 지난 90년 이후 적용되고 있는갤런당 27.5마일(40킬로미터)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는 휘발유 3.8리터당40킬로미터 이상을 주행해야 하는 것이다. 백악관은 지난달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안전관리국(NTSA)이 건의한 내용을 토대로 이같이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 자동차 메이커들을 대변하는 단체인 오토 얼라이언스의 대변인은"SUV가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이처럼 연비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라면서 "업계가 이를 실현하려면 해당 모델들이 대량 판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부시 행정부의 결정이 턱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에라 클럽의 연비 담당자는 "자동차 기술진보 등을 감안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면서가뜩이나 경트럭 카테고리 차량의 연비가 다른 모델들에 비해 좋지 않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 때문에 특히 SUV의 연비 향상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일 소비되는 1천900만배럴의 석유 가운데 약 40%가 승용차용이다. 이들 승용차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도 전체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양의 약 5분의 1인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공해축소 차원에서도 연비 향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미 상원에는 올들어 존 케리와 존 매케인 두 의원의 발의로 자동차 연비를오는 2015년까지 갤런당 35마일(52.5킬로미터)로 향상시키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제출됐으나 기각됐다. 당시 미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 법안이 발효될 경우 소형차 밖에 팔 수 없는 것은 물론 일부 공장의 폐쇄도 불가피하다며 강력한 반대 로비를 펼쳤다. 부시 행정부도 이 법안에 강력히 반대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