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의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비인기과들이 무더기로 정원 미달 사태를 빚은 반면 인기과에는 지원자가 대거 몰렸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개원에 유리한 진료과목에만 지원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면 몇년 안에 흉부외과 수술 등은 모두 외국에 나가서 받아야 하는 의료대란이 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일 보건복지부와 주요 대학병원들에 따르면 최근 마감된 전공의 모집 결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진단검사학과 등 이른바 '비인기과'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반면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에는 지원자가 많이 몰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인기과 탈락자들이 비인기과에 다시 지원할 수 있도록 추가 모집을 허용할 방침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평균 경쟁률은 1.3 대 1이었으나 치료방사선과 흉부외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3개과는 미달됐다. 반면 안과는 5명 모집에 9명, 가정의학과는 13명 모집에 24명이 각각 지원했다. 서울아산병원도 평균 경쟁률은 1.57 대 1이었지만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등 3개과는 미달이었고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은 3 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연세의료원에서도 흉부외과 진단방사선과 방사선종양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응급의학과 핵의학과 등 7개과가 미달됐다. 고려대의료원에서는 흉부외과 진단방사선과 등 9개과가 미달됐으며, 가톨릭의대에서는 산업의학과 임상병리과 핵의학과 병리학과 등 4개 과목의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개원에 유리한 진료과목에만 지원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전공의 불균형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올해부터 대학병원들이 정원 미달 학과의 인원을 채울 수 있도록 추가 모집을 허용할 계획"이라면서 "인기과에 지원했다 떨어진 지원자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