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과 국립발레단은 다음달 21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송년가족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올린다. 이번 공연의 안무는 33년간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유리 그로가로비치가 맡았다. 그로가로비치의 버전은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버전에서는 마임으로 표현된 동작까지도 각각 개성있는 춤을 부여해 춤부분을 더욱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 버전은 역동적인 테크닉과 화려한 춤들로 구성돼 크리스마스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높여준다. 또 대부분의 호두까기인형 공연이 어린이 취향의 아기자기한 면에 치중해 예술성을 양보한 반면 그로가로비치의 작품은 힘찬 도약과 점프등 속도감있는 발레 테크닉을 유감없이 보여줘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뛰어난 군무구성력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작품에서 군무는 움직이는 정교한 무대장치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하나의 독자적인 춤으로 명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호두까지 인형은 지난해 공연때 유료관객 2만7천명,유료객석점유율 86%의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무엇보다 호두까기 인형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공연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도 한해를 차분히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적으로 기약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에 잘 맞는다는 점도 인기요인이다. 주인공 왕자역은 "한국 남자발레의 대명사"인 이원국이 맡았다. 그가 호두까기 인형에 연속으로 출연한 것은 올해로 꼭 10년째다. 10년동안 다양한 버전과 스타일,여러명의 파트너와 공연을 해온 이원국은 "같은 역할이지만 매년 할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며 "올해 호두까기 인형은 개인적으로 무용인생 10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지만 언제나 처음이라는 기분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원국은 개막특별공연에서 국내 최고의 스타발레리나 김주원과 호흡을 맞춘다. 김긍수 예술감독이 이원국의 호두까지 인형 "왕자 10년"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측은 가족단위 관객들을 위해 로비중앙에 서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서의 사진촬영,공연전 4인조 브라스밴드의 경쾌한 캐롤송 연주,호두까기 인형을 본뜬 인형전시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또 불우청소년을 위한 인형모으기 행사도 함께 펼치기로 했다. 공연도 보고 불우이웃을 위한 온정을 나누고 싶은 관객은 집에 있는 인형들을 예술의 전당에 기증하면 된다. (02)580-13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