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우리"속에서 "나"를 찾자 .. 金暎世 <이노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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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가면 언니도 많고,오빠도 많고,사장님도 많다.
대체로 여자들은 언니라고 부르고,남자들은 오빠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이가 좀 든 남자들은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단일민족으로서 주위의 낯선 사람들까지도 가족처럼 느끼며 언니 오빠라고 부르는 관습이 어찌 보면 다정하기도 하지만,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간혹 골프장에 나가면 캐디들은 나보고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나와 함께 라운딩하는 회장님도 사장님이고,교수도 사장님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회장님도 교수님도 사장님이라고 불리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아무런 느낌 없이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서로를 호칭할 때 상대방의 위치나 직위를 사용한다.
김대리 이과장 박부장 최이사 조부사장 등 끊임이 없다.
한 개인의 호칭도 젊었을 때는 김과장으로부터 시작해서 수십년 후 김회장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
김 아무개라는 개인의 이름보다는 그가 유지하는 직위로 호칭됨으로써 그의 호칭은 직위가 바뀜에 따라 같이 변하게 된다.
그저 남들의 기억에 남게 되는 것은 '김'이라는 성 뿐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김'이라는 성만 기억해서는 각자의 개성을 기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인들은 왜 서로의 이름으로 호칭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인가?
단일민족의 작은 나라라는 옛날부터의 관습이 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닌데도 말이다.
세계가 보고 있는 한국은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 3위인 나라,올해 여성골프 LPGA의 우승을 여섯번이나 해서 네번 우승한 미국을 앞선 나라,미국에는 인도인과 중국인 다음으로 유학생들을 가장 많이 보내는 나라로서 이미 세계 속에 중심잡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 엄청나게 변하고 또 발전하고 있는 한국의 외형 속에 숨겨진 한국인들의 내면은 그리 빨리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문화생활 취미 외모 등의 겉모습은 많이 변한 반면에, '나'보다는 '우리'라는 단어가 여전히 더 편한 의식은 변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my country'라는 말은 하지만 'our country'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내 나라'를 '우리 나라'라고 부른다.
공동체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로부터 '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기주의적이며 경박하다고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보다는 '우리'라는 단체를 더 중요시할 것을 오랜 세월 교육 받아온 결과 '나'를 숨기고 '우리'를 위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 특유의 덕목은 실제 생활 속에 남겨둔다 해도,호칭은 개인을 존중하는,그리고 개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개성이 강해지는 인간중심의 시대로 진입하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한국인들만 고립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스스로 원하는 생활방식을 추구하고 각자의 개성을 솔직히 나타내는 사회로 바뀐다면 억지로 남을 위하는 노력이 습관화된,그런데도 마음은 따라가지 못하는 많은 일반사람들의 혼돈된 이념을 정리하고 각자가 책임을 다하는,그래서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단일민족의 작은 나라로 시작해서 이제 세계 속의 커다란 나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한국,그리고 한국인의 의식은 변해야 한다.
세계 속의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그렇고,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터는 국가경제의 경쟁력도 그 국민들의 독창성에 기초를 두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명의 힘을 모아서 경쟁력을 쌓아온 한국도 이제는 창조적인 개인들의 능력을 통해서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하며,평등한 대다수의 능력을 중요시했던 한국사회는 각 분야의 탁월하고 독창적인 역할을 적극 활용하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
물리적인 성장을 이룬 한국의 사회가 개인을 스스로가 중요시하는 사회로 바뀐다면 더욱 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
우선,우리 속에서 나를 찾자.
yskim@innodesi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