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이형, 오노는 내게 맡겨'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와 한국 선수간의 재대결이 드디어 성사됐다. 오는 30일(한국시간)부터 3일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열리는 2002-2003시즌 쇼트트랙 월드컵시리즈 3차대회에 오노 등 미국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한국 선수들과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이 펼쳐진다. 지난 2월 열린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김동성(22.동두천시청)이 오노에게 금메달을 빼앗긴지 9개월만이다. 올림픽 직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오노가 불참하고 올 시즌 앞서 열린 두차례의 월드컵에서도 미국이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아 지금까지 한국 선수단이 오노에게 설욕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피해 당사자인 김동성은 이번에 직접 억울함을 풀 수는 없다. 지난 여름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 악화돼 최근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 대신 어엿한 대표팀 에이스로 성장한 안현수(17.신목고)가 선배의 명예회복을 위해 스케이트날을 갈고 있다. 동계올림픽 당시 대표팀 막내였지만 김동성과 함께 계주를 제외한 모든 레이스에서 투톱으로 출전했던 안현수는 김동성의 아픔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또한 그 자신도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1,000m에서 몸싸움에 휘말려 4위에 머무르고 1,500m에서도 넘어져 메달을 놓치는등 김동성 못지않은 불운에 시달렸었다. 착실한 하계 훈련을 통해 1차 월드컵에서 개인 종목을 모두 휩쓰는 등 세계 톱랭커로 도약한 안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오노에게 깨끗하게 설욕함과 동시에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으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러시아에서 현지 적응 훈련중인 안현수는 "어제 오노가 연습하는 것을 봤는데 역시 잘 타더라"면서 "동성이형 일도 있기는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세계 최강인 오노를 꼭 꺾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