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불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열풍'이 교역 증대의 새로운 돌파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FTA가 체결될 경우 관세.비관세 장벽이 허물어지고 서비스와 인력 교류도 자유로워진다.


협정 당사국들은 이를 통해 역내 교역을 활성화하고 세계 경기침체 등 외부 충격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일명 뉴라운드)' 등 다자간 무역 협상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우호세력을 만드는 이점도 있다.



서구 경제를 양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서로의 경제블록을 견제하면서 자국의 수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FTA 세불리기'에 한창이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 등과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2005년부터 남.북미 34개국을 아우르는 미주자유무역협정(FTAA)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U는 연말까지 동유럽 10여개 후보국과 가입협상을 마무리짓고 27개국, 5억3천만명 규모의 단일시장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FTA 무풍지대'나 다름 없던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도 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중국은 이달 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 FTA 협상 추진에 공식 합의, '중화 경제블록' 창설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에 뒤질세라 일본도 아세안과의 협상에 원칙적으로 합의, 동남아를 끌어안기 위한 중.일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주요 교역국 간에 FTA 협상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한국의 수출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협정 체결국간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우리의 교역 조건이 그만큼 악화되는 탓이다.


특히 최근 교역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FTA 열풍은 한국 수출의 가장 큰 복병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나 일본이 아세안과 FTA를 맺을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18~0.20%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비해 한.아세안 FTA가 성사되면 우리나라 GDP는 0.65% 늘어나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0.07%, 0.05% 감소한다는 계산이다.


한.중.일 3국 간에도 FTA 체결 시나리오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일 양국간 FTA가 이뤄지면 한국의 GDP는 0.26% 곤두박질치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1.11%, 0.1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FTA를 맺을 경우엔 우리의 GDP가 0.92~1.76% 증대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한.중.일 3국간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GDP 증대효과가 2.45%에 달해 중국(1.29%)과 일본(0.13%)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FTA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농업 등 일부 민감분야에 발목잡힌 우리의 FTA 정책은 핵심 수출시장을 비켜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칠레와의 협상을 타결지은데 이어 사실상 자유무역국가인 싱가포르와 두번째 협상에 나선 정도다.


정인교 KIEP 동서남아팀장은 "FTA는 단기적으로 일부 취약산업에 적잖은 고통을 안겨주지만 장기적으론 훨씬 큰 이익을 되돌려준다"며 "수출이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한국으로선 아세안 중국 일본 미국 EU 등 주요 교역국과의 FTA를 확산시키는게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