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대표음식 중 하나인 떡갈비는 원래 궁중음식이었다. 소를 잡아 갈비를 추려서 붙어 있던 살을 저미고 다진 후 떡처럼 모양을 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를 귀양살이하던 사대부들과 궁중의 시녀들이 전국에 퍼뜨렸다. 유배 내려온 양반들이 남도지방에 그 조리법을 전수해 주었고,궁중의 조리사들과 기생들이 경기지역 일대에 널리 알렸던 것.조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뼈 째 재단한 갈비에서 살과 힘줄을 알뜰히 분리해 내고 칼등으로 곱게 다진다. 갖은 양념을 해 반나절쯤 재운 후 그 살을 다시 뼈에 붙이고 석쇠 위에서 굽는다. 떼었다 붙였다 하는 모습이 번거로워 보이지만 두 손으로 갈비를 잡고 뜯는 임금이나 질긴 갈비살을 먹기 위해 애쓰는 노인들들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아이디어임에 틀림없다. 목포집(안국동 종로경찰서 건너편 골목 안,02-722-0976)=널찍한 한옥을 개조한 식당은 들어서면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사기그릇에 담아내는 밑반찬들이 먼저 눈을 즐겁게 한다. 시원하게 무친 가지나물,아삭거리는 물김치,쌉쌀한 취나물,아작아작 씹히는 오이지,알싸한 갓김치까지 솜씨 좋은 종갓집의 전통 있는 내림음식 맛이다. 1인분에 두 덩이가 나오는 떡갈비 정식은 함박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빚어 석쇠에 구워내는데 살짝 그을린 모양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지방과 갈비살의 배합이 아주 좋아 고소하고 담백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센 불에서 빨리 익혔기 때문에 속으로 들어갈수록 선홍색의 고기살이 보인다. 덜 익었다고 불쾌해 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신선함이 좋다. 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딱 알맞은 양념이 이 집의 자랑이다. 60년대 목포지역 최고의 음식점이었던 "옥천식당"의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오고 있다. 동신 떡갈비(강동구 암사역에서 선사유적지 방향 3백m,02-481-8892)=64년 동두천에서 개점한 후 40여 년째 대를 이어 맛을 지켜가고 있는 집. 장안에 내로라하는 떡갈비집들이 많지만 24시간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갈비에 붙은 살코기를 분리해 곱게 다진 후 20여 가지의 양념을 한다. 갈빗대 위에 넓적하게 올리고 은근하게 구워내는데 음식을 내오는 모습을 보면 이 집주인의 섬세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큼직한 떡갈비가 담긴 커다란 접시는 촛불을 켠 불 판 위에 올려져 나온다. 먹는 내내 접시며 고기가 식지 않는다. 살짝 그을린 떡갈비의 끄트머리는 바삭거리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부드럽고 쫄깃하다. 큼직하게 썰어 넣은 마늘은 향긋하고 고소하다. 양념이 생각처럼 달지 않다. 끊임없이 먹을 수 있게 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대식가가 먹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양이 충분하다. 부드러움에 반한 탓일까. 유난히 가족손님이 많은게 눈에 띈다. 어린 손자들 손을 꼭 잡고 살점을 떼어 먹이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정겹다. 눈나무집(종로구 삼청동,02-739-6742)=시루떡처럼 넓고 납작하게 굽는 의정부식 떡갈비를 파는 집.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신문이며 잡지의 기사들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가게는 소박하고 작다. 식당에 들어서면 달착지근한 불고기 냄새가 주린 배를 괴롭힌다. 주문을 받고 나서야 고기를 굽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뜨거운 철판 위에 호일을 깔고 넓적하게 모양을 낸 간장 양념의 떡갈비를 내온다. 특이하게 이 집 떡갈비는 뼈가 없고 진짜 흰떡을 올려준다. 양념을 듬뿍 넣은 탓일까. 맛이 상당히 진하고 단맛이 머리를 어질하게 할 정도다. 얼마나 다졌는지 갈비살 특유의 쫄깃함은 없고 한입 물면 바스러진다. 이 집의 또 다른 간판 메뉴인 이북식 김치말이밥과 곁들인다면 비교적 저렴하게 떡갈비를 즐길 수 있다. 김유진.맛칼럼니스트.MBC PD showboo@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