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전화번호 정책을 놓고 중심을 잡지 못한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전화번호 체계는 조그만 변화라도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그 준비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고 보면 특히 그러하다. 물론 유ㆍ무선 서비스의 통합추세와 함께 이용자 편의,그리고 사업자들 간의 공정한 경쟁 등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유ㆍ무선 서비스 및 사업자별 식별번호가 없는 번호체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는 시비 대상이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 번호체계를 한번 바꿀 때마다 이용자들이 겪게 될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어떠한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과거의 경험만으로 충분하다. 이 때문에 번호체계를 어떻게 바꾸든 가급적 기존번호를 가져가거나 최소로 변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작 도외시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작금에 논의되고 있는 전화번호 정책을 보면 무엇이 중장기적인 것이며,무엇이 단기적인 것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선이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상철 정통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IMT-2000 서비스에서는 사업자간 식별번호를 없앨 방침 "이며 "나아가 유ㆍ무선 전화번화 구분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3월 IMT-2000 사업자들에 서비스 공통식별번호인 '010'과 그 다음에 오는 첫 자리에 사업자 식별번호를 부여한 것부터가 당장 불투명해진다. 이 뿐이 아니다. 시내전화 및 080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번호이동성(사업자변경에 관계없이 그대로인 전화번호)을 도입키로 이미 재작년에 결정된 바 있다. 또 IMT-2000의 경우 복수의 사업자가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6개월 이내 시행한다고 금년 초에 발표,내년 하반기부터 번호이동성 서비스가 예상돼 왔다. 그리고 1년 이내 2세대간 및 2∼3세대간 번호이동성 도입을 검토하고,5년 이내 현재의 기존 이동전화사업자 식별번호를 전면 회수해 공통식별번호로 통합한다는 일정을 밝힌 것도 바로 금년 초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 모든 것 역시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정통부는 더 이상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인 이정표를 담은 번호정책 로드맵을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불편을 줄일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