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를 키워라' 기업과 대학의 화두다. 세계화 감각을 지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기업은 기업대로, 상아탑은 상아탑대로 뛰고 있다. 21세기 한국을 지구촌 경제의 주역으로 이끌 인재를 키우는 방안을 함께 찾아보기 위한 '기획대담-한국외대편'. 글로벌 기업의 성공한 CEO이자 한국 최고의 연봉(지난해 33억원)을 받고 있는 윤윤수 휠라코리아 사장이 지난 20일 안병만 한국외대 총장을 만났다. ----------------------------------------------------------------- ▲ 윤윤수 사장 =한국외대는 외국어 분야에서 다른 대학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단지 외국어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외대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외국어뿐 아니라 다른 학문에도 능통한 균형잡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 안병만 총장 =맞습니다. 외대도 앞으로 모든 학생들이 외국어나 비외국어 전공에 상관없이 한 가지 언어에 능통할 수 있도록 '플러스 알파'라는 제도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 윤 사장 =대학간 커리큘럼의 차별성이 없다는 것도 국내 대학의 문제죠. 외대가 지닌 외국어분야의 노하우를 살려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것도 다른 대학과 차별화할 좋은 방법일텐데요. ▲ 안 총장 =외대는 앞으로 모든 학생들이 1학년때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기초를 쌓고 2∼4학년 동안에는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이를 위해 오는 2004년 2학기부터 모든 1학년 학생들이 영어로만 생활하는 외국어전용 기숙사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서울캠퍼스에도 8백명 규모의 기숙사를 새로 짓고 용인시와 합의해 2004년까지 설립할 예정인 외대부속 외국어고에도 1천여명 규모의 외국어전용 기숙사를 지을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어학과 문화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영어마을(English Village)'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 윤 사장 =앞으로 대학정원보다 수험생 수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런 변화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퇴출당하는 대학도 나올 것 같은데요. 어떤 방안을 준비 중인가요. ▲ 안 총장 =외대의 장점인 외국어분야를 특화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외국어교육을 제공하는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겠죠. 국내 기업들이 동북아 허브 시대를 준비하듯 외대도 이에 걸맞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일본어.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동북아 허브학부를 만들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지난 15일 일본 도쿄외대와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내년에는 도쿄에 외대 분교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며 앞으로는 중국에도 분교를 설치해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으뜸 외국어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 윤 사장 =휠라코리아는 현재 이탈리아 본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앞으로 아시아.유럽.미국 등 세 지역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교두보를 한국에 둘 생각인데 앞으로 외대가 전세계 각 지역의 언어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경제학과 경영학, 정치외교학 등을 결합한 지역경제학을 만들면 어떨까요. 이런 커리큘럼이 만들어진다면 기업은 외대에 신입사원 재교육을 위탁하고 외대는 학생들이 졸업 전에 기업현장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인턴제를 실시하는 등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겁니다. ▲ 안 총장 =좋은 생각입니다. 외대에는 이미 국제지역대학원이 있어 세계 각 지역의 언어연구와 함께 정치.경제.문화에 능통한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는데 앞으로 학부과정에도 국제지역학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 윤 사장 =대학경쟁력을 위해서는 연구환경을 조성하는 것 외에 학생과 교수들의 경쟁력도 중요할 텐데요. 그러나 여전히 국내 대학은 교수를 채용할 때 자기 학교 출신을 우대하는 풍토가 짙다고 봅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학맥을 따지지 않고 연구업적만으로 평가하는 개방적인 교수 채용방식이 도입돼야겠죠. 아울러 우수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 같은데요. ▲ 안 총장 =동의합니다. 외대는 이미 많은 다른 대학 출신들을 교수로 채용해 모교 출신은 40%에 불과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 특정학교 출신들을 우대하기보다 연구실적과 실력을 바탕으로 채용해야겠죠. 그리고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이 우수한 커리큘럼과 좋은 교육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윤 사장 =외국계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국내 대학생들은 외국대학생들과 많은 비교가 됩니다. 대학 입학 때부터 국내 대학생들은 적성에 맞는 학과를 고르기보다 대학 간판을 보고 진로를 결정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대학 입학제도가 하루 빨리 개선돼야 국내 학생들의 경쟁력이 확보된다고 봅니다. ▲ 안 총장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 대학간 서열화가 없어져야 하겠죠. 대학이 서열화되다보니 학생들은 재능을 살리기보다 대학 고르기에 급급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외국어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적성을 고려치 않고 명문대에 진학하려고 애쓰기보다 재능을 살려 공부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 배려해야 합니다. 외대가 지역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 윤 사장 =대학이 특성화를 통해 재능있는 신입생을 유치하고 실력있는 인재로 키워낸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신입사원 재교육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우수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에서 기업인들을 겸임교수로 초빙해 학생들에게 현장의 경험을 가르치게 하는 것도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좋은 방법이겠죠.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