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삶의 질'이 북한에살 때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졌다고 느끼면서도 상대적 빈곤감과 불안감이 커지는 등일부 경제.정서적 측면에서는 만족도가 오히려 떨어졌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연세대 의대 정신과 민성길 교수팀이 탈북 후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는 43명을 대상으로 건강.심리.사회.환경 영역의 25개 만족도 평가항목(항목당5점 만점)을 통해 탈북 전후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19일 공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삶의 질 평균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3점으로, 북한에 살 때의 3.0점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도 3.3점은 `보통'(3점)보다 높고 `매우만족'(5점)의 아래 단계인 `만족'(4점) 보다 낮은 것이다. 특히 탈북자들은 25개 항목 중 18개 항목에서 만족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했는데 이 가운데서도 교통, 사회적 이동성, 의료서비스, 종교의 자유 등이 크게 좋아졌다고 답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자신의 경제력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남한(1.8)보다북한(2.5)에서의 만족도가 컸던 것으로 평가해 이들이 상대적 빈곤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줬다. `절망.불안.우울감 등의 부정적감정과 관련된 만족도 역시 3.5에서 3.0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탈북자들은 `자신의 업무능력'(남한 2.8, 북한 3.1), `대인관계'(남한 3.1,북한 3.3), `수면과 휴식'(남한 2.7, 북한 2.8) 등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하락했다고응답했다. 전체적으로 탈북자들은 남자가 여자에 비해, 독신이 기혼자에 비해, 질병이 있는 사람이 질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남한에서의 삶의 질 만족도가 북한에서보다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민 교수는 "모든 조사문항은 탈북자들이 남한과 북한에 살때의 만족감의 정도를비교 평가한 것"이라며 "경제력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소득불균형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탈북자의 삶의 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정신적 갈등을 완화해주고 경제적 측면, 의료적 측면에서 더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연구됐던 탈북자들의 삶을 국제기준에 맞춰 총체적으로 연구한 데 의의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통일사회를 준비하는데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scoop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