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원 커뮤니케이션 김호선 대표는 일요일 아침마다 군복으로 갈아입는다. 방탄조끼를 위에 걸친후 수통에 물을 채운 다음 탄띠를 두른다. 얼굴에는 위장크림으로 시커멓게 칠한다. 마지막으로 옷장 깊숙히 넣어둔 M60기관총과 M4소총을 꺼내면 준비완료다. 김 대표는 어느새 김 일병으로 변해있다. "올해초 서바이벌 게임(모형 총기류와 페인트 탄,플라스틱 탄 등을 이용해 야산등지에서 전투를 벌이는 레저 스포츠)을 처음으로 접했습니다.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어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시작했지만 지금은 저의 또 다른 삶입니다" 김 대표는 인터넷을 통해 서바이벌 게임 동호회에 가입했다. 1백여만원을 들여 중고 총기도 구입했다. 격주 일요일마다 서울 양재동 야산을 찾아 서바이벌 게임을 즐긴다. 10여명으로 이뤄진 양재동 서바이벌팀의 기관총 사수다. 학생,직장인,사업가까지 "전우"들의 면모는 다양하다. 김 대표가 다루는 M60 기관총은 팀내에서 가장 강력한 화기다. 팀원이 퇴각할 때는 끝까지 남아 엄호해야 한다. 때문에 상대편에게는 가장 먼저 표적이 된다. "M60 사수는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아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성격이 강합니다.평상시에도 남에게 비쳐지는 저의 모습이 이랬으면 하는 뜻에서 자원했죠" 처음 서바이벌 게임을 시작했을 때는 남다른 자신이 있었다. 실전경험은 없지만 이론은 누구에세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되자 김대표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첫 6게임동안 상대편 그림자도 구경도 못하고 "전사"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내딛는 한발 한발이 자신의 목숨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이후 무모한 판단을 자제하고 다각도의 전략을 구사하며 유능한 병사로 변모했다. 다분히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김 대표는 오히려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자신을 자제하고 심사숙고하는 버릇을 기르게 됐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서바이벌 게임을 계속할 생각이다. 주변에선 사업가로서 필수요건이라며 골프를 권하고 있다. 하지만 서바이벌 게임의 매력을 못 쫓아간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스트레스 해소나 운동효과도 그만입니다.처음에는 이틀을 앓아누웠죠.하지만 지금은 중화기를 들고 거뜬하게 산과 들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서바이벌 게임은 그에게 잃어버린 군인정신도 다시 상기시켜줬다. "군대에 있을때는 사회에 나오면 뭐든 다할 수 있을 것 같았죠.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처음 가졌던 의욕과 순수성이 퇴색된 것 같아요.저를 포함한 직원들이 어느새 벤처정신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해이해진 제자신을 추스릴 생각입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